부경대학교 해양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신대호(23) 씨는 며칠 전 잠시 마트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었다가 자신의 ‘애마’인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도둑이 자물쇠를 싹둑 자르고 자전거를 들고 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신 씨는 무리해서 새 자전거를 구입하면서 절단기로 잘 잘리지 않는다는 강력 자물쇠도 덩달아 샀다. 그러나 얼마 후 새 자물쇠가 또 잘렸고 새 자전거도 다시 도난당했다. 불과 몇 달 만에 두 대의 자전거를 절도당한 신 씨는 망연자실했다. 신 씨는 “미치겠습니다. 자물쇠를 묶어도 훔쳐가고, 돈을 좀 더 투자해서 튼튼한 자물쇠를 이용했는데도 자전거가 없어졌어요”라고 말했다.
자전거 마니아가 늘고 있다. 건강에도 좋고 기분 전환에도 좋다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 도둑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자전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서너 건 씩의 자전거 절도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절도에 대한 사례만큼 그들의 절도 방법도 다양하다.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는 놔두고 안장만 훔쳐 가기고 하고(시빅뉴스 ‘자전거 안장만 떼가는 얌체 도둑 기승’ 기사 참조), 역시 자물쇠가 채워진 바퀴는 놔두고 바디만 가져가기도 한다. 그중 최근 대세는 역시 자물쇠를 절단하고 온전히 자전거 전체를 들고 가는 절도다.
절단기는 약간의 힘만 가하면 절단 부분에 큰 힘이 가해져 누구나 쉽게 철물을 자를 수 있는 도구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절단기로 자전거 자물쇠를 자르는데는 대략 1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절단기를 이용하여 절도를 하게 되면 특수 절도죄가 적용되어 가중 처벌을 받게 되지만, 절단기가 동원된 자전거 절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절단기는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나 오프라인 상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절단기는 9300원 짜리부터 비싼 것은 2만원 짜리가 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김수관(22) 씨도 자물쇠가 절단기로 잘리는 자전거 도난을 당했다. 김 씨는 이제는 불안해서 자전거를 두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 간다. 김 씨는 그때부터 자전거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했다. 마침내 그는 시중의 절단기로 잘리지 않는다는 ‘4관절락’이라는 자물쇠를 구매했다. 자전거 자물쇠 제조사도 이 사태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행하는 자물쇠 절단 사례 때문에 그들도 더욱 견고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4관절락이라 불리는 ‘LJ-9080M’ 와 ‘U 자물쇠’는 비싸지만 튼튼하다는 제품 특성 때문에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4관절락도 도둑들에게 잘리고 말았다. 진화하는 도둑들에게 이것도 무용지물이었다. 인테넷 자전거 튜닝 커뮤니티의 아이디 conect란 이용자는 돈을 더 투자하여 4관절락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했지만 결국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4관절락도 자르는 절단기가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이제는 자전거를 집에 모시고 살아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전거족들은 자전거 자물쇠로는 자전거 도난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오토바이 자물쇠를 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전거 도둑들은 절단기 이외에 큼직한 망치를 동원해서 오토바이 자물쇠의 취약점을 집중 공략해 이를 자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자전거 도둑들은 견고한 자물쇠가 나오면 제품의 취약점을 찾아 그 부분을 절단한다고 한다. 이른바 도둑과 자전거 자물쇠의 두뇌 싸움이 전개된 셈이다. 영리해진 자전거 도둑들은 4관절락 제품의 관절이 휘어지는 부분이 허약하다는 점을 알아내고 그 부분을 손쉽게 절단한 것이다. 자전거 자물쇠와 자전거를 노리는 도둑들과의 ‘숨바꼭질’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주인들은 이 싸움에서 점점 더 궁지로 물리고 있다. 부경대학교 마진은(23) 씨는 자전거를 CCTV가 있는 거치장에만 세워 겨우겨우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마 씨는 “국가가 자전거 절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정행정부는 2010년 3월에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하여 ‘자전거 등록제’ 시안을 발표했다. 자전거 등록제 시안은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하여 자전거 소유자가 차대번호를 관공서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자전거 등록제 시행은 제자리걸음이다. 자전거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고, 절도 사례도 늘고 있는데, 아직 정부는 자전거 등록제의 시행 시기에 대한 명확한 계획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자전거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절도 감소 효과가 있었다는 발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