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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을 노리는 다단계의 검은 그림자...접근 수법을 알면 예방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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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을 노리는 다단계의 검은 그림자...접근 수법을 알면 예방도 가능하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10.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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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기획 시리즈(2)] 국내 다단계 판매업자 829만 명…그들은 왜 다단계에 빠졌을까 / 정인혜 기자

[시빅뉴스 기획 시리즈] 달콤한 유혹, 다단계의 실상

최근 다단계 판매가 확산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억대 외제차를 굴린다며 '성공의 지름길'이라 뽐내고, 한쪽에서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법정 공방까지 불사한다. 다단계 업체에 몸담았던 실제 피해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시빅뉴스가 다단계 피해 사례와 예방법을 3부에 걸쳐 연재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모든 직업은 귀하고 천함의 구분이 없이 동등하게 가치 있다는 뜻이다. 헌법에서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바,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스스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을 택했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그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면 문제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직업의 하나로 다단계를 꼽는다. 다단계에 대한 국내 인식은 불법, 합법 여부를 떠나 좋지 않다. 당장 주변에 ‘다단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도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다단계’를 치면 ‘다단계 사기’, ‘다단계 피해’, ‘다단계 피해신고’ 등의 단어가 관련 검색어 가장 상단에 떠오르고, 10만 회원 수를 자랑하는 다단계 안티 카페는 하루가 지나면 또 새로운 회원들이 유입되는 인기 커뮤니티로 각광받고 있다. 다단계 업체가 스스로를 ‘네트워크 마케팅’이라 에둘러 칭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단계 업체는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2012년 470만 명이었던 다단계 판매업자 수는 2013년 572만 명, 2014년 689만 명, 2015년 796만 명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829만 명을 돌파했다. 5년 만에 359만 명이 새롭게 다단계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다만 후원 수당을 지급받은 판매원 수는 동기간 118만 명에서 164만 명으로 46만 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단계 판매업자 수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인식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한다. 회원을 모집하는 그들만의 묘책이 있지 않을까. 인터뷰를 진행한 다단계 피해자 4명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했다. SNS를 이용했다는 사람부터 파티를 명목으로 사람들을 모았다는 사람,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집중 공략했다는 사람, 정년퇴직자들을 타깃으로 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사람까지.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연령대별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20~30대 미혼 남녀에게는 SNS를 이용한 접근 방법이 대세다. 다단계를 그만두고 나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29) 씨는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날이면 온종일 SNS에 댓글 다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 해시태그를 이용해 ‘사업’, ‘성공’, ‘직장’, ‘꿈’ 등의 단어를 검색하고, 관련 있는 게시글을 찾아내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낸다. 주로 “좋은 정보가 있어요”라는 말로 시작했다고. 대다수가 무시하지만, 가끔 관심 있다며 되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A 씨는 “100명에게 보내면 95명은 무시했지만, 혹시나 가입할지 모를 5명의 가능성을 보고 달렸다”고 했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소개팅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방법도 있다.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이라 소개하며 접근하는 것도 단골 수법이란다. 30~50대 주부들도 집중 공략 대상이다. 방법에 소소한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영업 방식의 바탕에는 ‘친목’이 기본이지만, 이 연령대에서는 더더욱 친목에 의지한다고 한다. ‘무료 피부 관리’나 ‘홈 파티’는 지인뿐 아니라 지인의 지인까지 불러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B(37) 씨는 “공짜로 마사지 해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가면 사람들도 만나고 마사지도 받는데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마사지 받고 피부 좋아진 것 같지 않냐’며 제품을 슬쩍 권하고, 또 얼마 지나면 ‘비전’을 들먹이면서 같이 사업하자고 한다. 정신 차려보니 나도 주변 사람 불러서 마사지하고 있더라”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정년 퇴직을 앞둔 50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도 다단계 그물을 피해가기 어렵다. 은퇴 후 종사할 수 있는 제2의 직업, 노후 자금 마련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시기의 강박관념을 노리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다단계 회사는 20대 이상 성인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영업 대상으로 여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영업자 C(45) 씨는 생때같은 아이들이 아빠 없이 크면서 받을 상처보다 다단계 하는 아빠 밑에서 악영향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 순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남편이 변한 건 4년 전. 과거 같은 회사에 몸 담았던 선배를 만나고 오면서부터였다. 이후 남편은 잘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퇴직금까지 끌어다 다단계에 쏟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다단계라 사재기는 없다고 했는데, 그 많은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C 씨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집에 하나둘 쌓여가는 제품 상자를 보며 추측만 할 뿐. C 씨는 “매일 세미나니 뭐니 어느 순간부터 가족은 등지고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니는 데 그건 내 남편이 아니었다”며 “집 담보로 대출받는 날도 멀지 않았다 싶어 애들 데리고 이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C 씨는 다단계 회사 일련의 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정파탄까지 이르게 하는 이 다단계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에서 가만히 풀어놓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가슴을 쳤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다단계 피해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다단계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들은 판매자의 말에 항상 ‘의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한 안티 다단계 카페에는 ‘다단계 판매원은 반드시 거짓말을 합니다. 숨소리도 의심하세요’라는 문구가 대문부터 걸려있다.  피해자들은 이야기 물꼬가 터지는 순간부터 ‘고수익’을 들먹이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액이 찍힌 통장을 보여 주며 사업의 수익성을 설파하는 판매자가 경계 대상 1순위다. 다단계 업체 물건을 고액에 산 경우, 방문판매법에 의거해 단순 변심이라 해도 물건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단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될 수 있다. ‘제품 개봉식’이라는 명목으로 포장을 훼손해 환불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법이 다단계 판매자들 사이에서 횡행한다고 알려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거부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계속 가입을 권유하거나, 어떤 경로로 가입을 결심했다면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토대로 해당 다단계 업체의 연매출액, 후원 수당 등에 대해서 확인해야 한다. 다단계 판매업 등록증을 정상적으로 가진 회사인지도 살펴야 한다. 가입을 권유한 스폰서가 다단계 회원 약관, 다단계 회원 수첩, 방문판매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포인트 적립 등을 유도하며 소비자의 의사와 반하게 날치기로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나 통장 사본을 요구한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단계 업체의 연매출액, 후원 수당 등에 관한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정보공개란 ‘다단계판매사업자’ 페이지(//www.ftc.go.kr/info/bizinfo/mlmList.j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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