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맞아 대학 캠퍼스 내외 대학 타운에는 새내기 대학생들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런데 대학생들에게 심리 테스트를 해준다거나, 액운이 붙어 있어 자신과 얘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이들은 대학생을 상대로 사이비 종교를 포교하는 사람들이며, 이런 일들은 대학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같은 개학철에는 사이비 종교 관련자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신입생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최근 전국 대부분의 대학가에는 사이비 종교의 포교 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비 종교가 주로 사용하는 길거리 포교 방법은 무료 심리검사, 설문지 부탁, 적성검사 등을 빙자하여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포섭 대상을 기필코 특정 장소로 가도록 집요하게 설득하여 종교 교육을 받게 한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 포섭되어 교육을 받다가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한 몇몇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포섭된 사람이 그 곳에 들어가면, 면접을 보고,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을 적는단다. 그 곳에 들어가면 일주일에 4일 정도로 2~3시간 가량의 성경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포섭된 사람이 완벽하게 그들의 종교를 믿기 전까지 교육하는 사람들은 그냥 기독교의 일파라고만 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긴다고 한다. 그 곳에서 배운 것을 적은 노트는 집에 가져가지 못하게 하며 그곳에서 성경을 배운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곳에 와서 성경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임시방편으로 거짓말을 하도록 교육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그들의 포교는 매우 체계적이고 집요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기석(23) 씨는 최근 집으로 가고 있는 길에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을 모 학교 심리학과 학생이라며 과제를 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며 접근하는 일을 겪었다. 최 씨는 별 의심 없이 도와주려 했지만. 그 여성은 계속 심리상태를 봐주기 위해서 필요하다면서 대화를 유도했다. 최 씨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섭기도 했어요”라며 “순간적으로 주위 친구들로부터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대화를 걸어온다는 말이 생각나 도망치듯 뿌리쳤어요”라고 말했다.
부산의 대학생 박모(22) 씨는 수업을 마치고 학교 정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어떤 여성이 자신에게 접근해 특별한 분위기가 난다며 자신과 5분만 얘기할 것을 원했다. 그녀는 조금 더 얘기하자며 학교 앞에 있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동아리실로 가자고 했고, 거길 따라가니, 방 안에는 열 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박 씨는 다른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박 씨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해요. 내가 왜 거기까지 따라 갔는지. 다시는 안 따라 갈 거에요”라고 자신의 심경을 말했다.
올해, 부산의 한 사립대에 입학한 신입생 김모(20)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도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학교 앞에서 20대 또래의 여성이 자신에게 다가와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김 씨는 얼떨결에 전화번호를 그녀에게 가르쳐 줬고, 호기심에 모임에 나갔더니, 그 모임에서는 종교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고, 결국 그녀는 계속해서 이곳에서 성경 공부를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김 씨는 “저는 대학에 와서 스터디 모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이용해서 이렇게 포교 행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몰랐고, 그들이 괘씸해요. 다시는 함부로 그런 자리에 가지 않을거에요”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비 종교단체 중 ‘S교’는 길거리 포교에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S교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 나온 김모(28) 씨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일 때 S교를 처음 알게 됐고 깊게 빠지게 됐다. 김 씨에 의하면, S교는 전도할 사람을 정하고 그에 맞게 각본을 짜기 때문에 세뇌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그렇게 1년 동안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끝에 길거리 전도에 나서게 됐고 구역장까지 했다. 그러다가 결국 가족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가족은 S교에 심취된 김 씨를 빼내기 위해 탈퇴를 강요하기도 했고, 기독교 단체에 의뢰해 교육을 받게도 했지만, 이미 깊게 빠진 김 씨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김 씨는 시간이 흐른 뒤 가족들의 노력에 영향을 받아 차츰 정신이 들었고 무사히 S교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김 씨는 “저처럼 이렇게 빠져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 틀린 생각이 들어도 S교가 전부인양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1년째 길거리 포교를 하고 있는 고모(27) 씨는 보통 일주일에 2, 3번 정도 길거리에서 설문지를 들고 포교를 하고 있다. 고모 씨는 길거리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을 경계한다고 한다. 그러나 포교 대상들은 설문지를 가지고 대화를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그 다음 단계로 포교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서도 길거리 포교에 따른 사이비 종교 단체의 문제가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자 그 심각성을 각 대학에 공문으로 보내 학생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대학들도 매 학기 초마다 각 학과와 학생회에 다시 공문을 보내서 재학생들에게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한 주의를 공지하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모(38) 목사는 사이비 종교의 길거리 포교에 대해, “그들이 잘못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교회 차원에서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경고성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에 대한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자체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각자 개인이 바른 종교관을 가지고 사이비 종교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