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남북 실무회담 결과, "판문점 통해 육로로 입국"...현송월 모란봉악단장도 회담 참가 / 신예진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140명 규모의 예술단을 파견해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다.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은 2002년 8월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6개월 만이다. 또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이자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은 15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협의를 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5개 항의 공동보도문(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홍일점으로 북한측에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남북은 15일 낮 12시부터 대표 접촉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측 예술단 공연 관련 일정과 장소, 무대, 조건 등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접촉은 우리 측이 실무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북측이 예술단 파견으로 의제를 좁혀 다시 제안해 성사됐다.
우리 측은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수석대표로,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한종욱 통일부 과장이 이번 실무접촉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단장(수석대표)을 맡고,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현송월 관현악단 (모란봉악단) 단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 등이 실무접촉 대표로 나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날 협의 과정에서 “북측은 예술단이 판문점을 통해 서울과 평창으로 이동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고, 수송 수단 지원을 요청했다”고 남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이 밝혔다. 이 실장은 “남측도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로 이동하는 방안을 북에 전달했고, 북측 예술단의 이동 경로와 공연 일정, 장소 등은 북측 사전점검단이 둘러본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관심을 모았던 북측의 ‘모란봉 악단’이 방한 예술단에 포함될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2012년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며 결성된 모란봉악단은 ‘북한 걸그룹’으로 불린다. 이들은 10인조 여성밴드로 북한 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 실장은 “북측은 ‘삼지연 관현악단’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할 것이라고만 밝혔고, 모란봉 악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회의에 참석하며 평창올림픽에 모란봉악단의 파견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현송월은 김정은이 아끼는 측근으로 유명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현송월은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단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평양음대를 나온 현송월은 한때 김정은의 애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4년에는 대좌(대령)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한다.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이 파견하기로 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등의 규모와 방남 경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모란봉 악단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며 “오면 신기하긴 하겠지만 모란봉 악단을 데려오려고 우리가 을이 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북한과의 단일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네티즌은 “국가의 위상을 한층 높이기 위해 개최하는 올림픽에서 입장 시 한반도기 들고 들어오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며 “우리 세금을 얼마나 부어서 진행하는 국제적 이벤트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네티즌들은 “얼마짜리 공연이냐”, “북한과의 협상이 잘 성사되길”, “모쪼록 평창 올림픽이 무사히 개막되길 바란다”, “SNS로 보던 모란봉악단 우리나라 TV로 볼 수 있겠네”, “지금 논의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예술단 얘기를 먼저 하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