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를 돌연 취소하자,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남북이 합의했던 다른 행사에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밤 북한은 일방적으로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공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당초 해당 행사는 내달 4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북한은 행사를 단 엿새 앞두고 이를 파기했다. 북한은 취소 이유로 우리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지목했다.
통일부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 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남측 언론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는 진정한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를 걸고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 30일 통일부는 조명균 장관 명의로 북측에 보낸 전통문에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남북 양측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합의한 모든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강산 합동 문화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남북이 합의한 다른 행사들의 진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은 오늘(31일)부터 1박 2일 간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릴 남북 공동 훈련의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전날 금강산 합동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과 관련한 북한과의 의견 교환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크게 문제 되는 사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고 서울경제는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남북의 교류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단절된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이 정부는 북한에게 다 퍼주고, 하자는 대로 질질 끌려 다니면서 왜 취소했는지 이유도 못 물어본다”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뉴스 볼 때마다 속 터진다”라고 말했다. 해당 댓글은 추천 수 2300 이상을 기록하며 베스트 댓글에 랭크됐다. 반대 수는 530을 기록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걸 북한에 끌려간다고 표현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게 옳은 태도냐”며 “평화는 갑자기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