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한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의 흥행을 이끌었던 장재현 감독이 다시 한 번 <사바하>로 돌아왔다. 종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에 둔 <사바하>는 개봉 전 관객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개봉 후 많은 사람의 의견이 분분했다. 개봉 전 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영화가 왜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나는 무의미한 캐릭터, 영화 초반 방대한 스토리에 비해 어설픈 결말,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 실패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바하>에서는 등장인물로 ‘박 목사’, ‘금화’, ‘그것’ 등 많은 인물이 나온다. 나는 이 등장인물들의 필요 없는 소비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쌍둥이 동생으로 나온 ‘금화’는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후반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바하>는 ‘박 목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박 목사’마저 영화가 끝나고 생각해보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정작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비중 없는 인물들의 소비가 아쉽다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 미묘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시각적으로는 조명을 어두운 분위기로 잘 활용했다. 스토리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강원도 어느 마을에서 수수께끼의 ‘그것’이 태어난다. 그리고 ‘박 목사’는 신흥 종교 집단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나는 몰입도 있는 장면 연출과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다음 장면들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끝에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초반 전개와 비교하면 중반은 지루했고 결말은 아쉬웠다. 중반에는 이유 모를 장면들이 계속됐다. 후반부는 많은 이야기를 마지막에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뿐만 아니라 반전요소라고 생각되는 두 개의 장면은 놀랍기보다 왜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사바하>의 해석과 감독 인터뷰를 찾아봤다. 그러고 나서 영화의 장면들을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 나처럼 해석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사람들은 영화만 보고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스토리 전개와 어설픈 결말, 그리고 관람자에게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나는 이 영화 참으로 불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에는 흥미진진하고 다음 장면이 기대됐지만, 스토리 전개상 어색한 부분들이 많았다. <사바하>가 흥행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에게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영화 한 편으로는 모든 것들을 담아 낼 수 없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영화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관객들은 감독이 정성스레 만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감독들에게 작은 바람을 말해보자면, 우리에게 친절한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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