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장모(22, 부산 금정구) 씨는 최근 이성 간의 만남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소셜 데이팅 앱’에 접속했다가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장 씨가 사용한 앱은 앱에 이미 가입한 기존 회원들이 가입 신청한 사람의 외모에 대한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데 거기서 탈락해 가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장 씨는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해 가입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이 앱의 시스템에 화가 났다”고 대답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소셜 데이팅 앱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현재 170여 개에 이른다. 회원 수도 330만 명 이상이다. 예전에는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을 통해 이성을 소개받았지만 이제는 모바일 앱에서 이성을 직접 선택하고 만날 수 있다. 이런 소셜 데이팅 앱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국내 최초의 소셜 데이팅 업체인 ‘이음’을 시작으로 돌싱들을 위한 ‘울림세상,’ 직장인들을 위한 ‘만나컴퍼니’ 등 다양한 타겟 연령층을 노린 앱들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이들 모바일 앱들이 다양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
앞의 장 씨가 사용했다는 소셜 데이팅 앱은 요즘 젊은 층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아만다’다. 아만다 앱은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줄임말로 가입자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올린 뒤 이미 가입된 이성 회원 30명에게 프로필 심사를 거쳐 5점 만점에 평균 3점을 넘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가입 심사가 신청자의 얼굴 사진 위주로 진행되는 탓에 아만다 평점으로 본인 외모 수준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얼굴 평가 앱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기존의 소셜 데이팅 앱이 회원의 성별이나 나이, 신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아만다 앱은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계급 만남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대생이 만든 ‘스카이피플’ 또한 학벌이 좋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일컫는 SKY 대학을 비롯한 명문대 출신, 또는 전문직 종사자라는 조건을 만족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소셜 데이팅 앱과는 달리 아만다, 스카이피플은 검증된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조모(22, 부산 수영구) 씨는 “본인 인증 절차가 없는 앱에서 대화하다 보니 상대방이 음란한 대화를 하는 등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 가입절차가 까다롭더라도 회원을 거르는 앱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혜인(21, 부산 진구 당감동) 씨도 “실제 소개팅을 할 때 학벌이나 외모를 보는 것처럼 앱에서도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것 뿐”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앱이 외모와, 학벌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회사원 이상승(25, 부산 수영구) 씨는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 얼굴에 점수를 매기고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매우 불쾌하다”고 답했다. 대학생 김도희(22, 부산 수영구) 씨 역시 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씨는 “사랑도 스펙이 좋아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남경태 교수는 “현실의 맞선, 미팅, 소개팅에서도 학벌, 외모, 직업 등을 따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성을 만날 때 외모, 학벌, 직업 등을 따지는 이런 세태를 고스란히 모바일 앱이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