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H&M 등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제품 잇따라 출시
업계는 환경 헌장 채택하고 윤리적 지속가능 패션 선언
‘컨셔스 패션’이란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다. 이는 소재 선정에서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의류 및 그런 의류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컨셔스 패션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해 원단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패션(upcycling fashion),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드는 에코 패션(eco fashion) 등을 포함하는 커다란 패션 개념어다. 국내 패션계는 컨셔스 패션을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해서 미래 세대에게도 패션 산업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산업이 되자는 의미에서 컨셔스 패션과 지속가능한 패션이 같은 의미가 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패션 소비자들이 화학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패션에 친환경적인 마인드가 접목된 윤리적인 패션, 즉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또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통계에 의하면, 9월 기준 에코패션 해시태그가 약 180만 개, 업사이클링 패션은 약 6만 4000개, 컨셔스 패션은 약 43만 개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 역시 컨셔스 패션, 또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7년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착한 소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8.9%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비싸더라도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평소 취미로 옷을 만들어 입는 직장인 오영숙(5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평소 옷을 만들면서 낭비되는 천이 많다고 생각해 컨셔스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주변에서도 요새는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들도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맞춰 컨셔스 패션에 부합하는 의류들을 출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협약 총회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이 발표됐다. 2030년까지 패션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패션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헌장에 H&M 그룹, 아디다스 등 총 43개의 패션 업체가 서명했다. 경성대학교 패션디자인과 박근수 교수는 “최근 들어 에르메스(Hermes)와 같은 명품 브랜드나 H&M과 같은 SPA브랜드를 중심으로 재생소재를 사용하거나 소재를 재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명 지속가능한 패션 상품들을 계속적으로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컨셔스 패션 브랜드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의류업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재가공한 '신칠라' 소재를 탄생시켜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유명해졌다. 파타고니아는 최근에 폐기된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가방들로 구성된 ‘플래닝 컬렉션’을 출시했다.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점 파타고니아 직원은 “파카고니아의 브랜드 가치는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 제품 구입자 김민정 씨는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을 내세우고 특유한 디자인을 고수하는 점에서 가격대는 조금 비싸지만 매니아층이 뚜렷한 것 같다“고 말했다.
H&M은 2019년 가을 컬렉션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선보였다. H&M 가을 컨셔스 컬렉션의 주요 소재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의 대부분은 재활용 페트병을 재료로 생산된 것으로, 처리와 방적 과정을 거쳐 관리하기 쉬운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졌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H&M 직원은 “컨셔스 컬렉션은 온라인에서 거의 품절됐고, 오프라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H&M에서 컨셔스 컬렉션 제품을 구매한 대학생 윤다영(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가격표에 페트병을 재료로 해서 만든 옷이라고 적혀있어 신기하고 궁금한 마음에 집어 들었는데, 소재도 부드럽고, 가격도 저렴해 바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원사로 제작한 친환경 의류 ‘Z.N.E. 후디 팔리’를 출시했다. 이 후드집업은 해양 오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해양 환경 보호 단체 ‘팔리포더오션’과 함께한 제품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전 해변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만든 친환경 원사를 사용했다. 아디다스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특수 제작된 플라스틱 재활용 원사를 사용해 무게가 가볍고 니트 소재로 만들어져 몸에 꼭 맞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내놓았다. 대표 제품인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은 제품 한 벌 기준 약 50병의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만들었다.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은 수거된 플라스틱 페트병을 친환경 가공 공정을 통해 리사이클 플리스 원단으로 만들어 재킷에 100% 적용했고, 국내 최초로 리사이클 지퍼 테이프도 사용했다. 노스페이스 신세계 센텀시티점 직원은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 1벌 당(L사이즈 기준) 500ml 페트병 50개를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에코 플리스 자켓을 구매한 직장인 김재은(29, 부산시 남구) 씨는 “디자인도 예쁜데 재활용이라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만든 옷인 것 같아 괜히 뿌듯한 마음에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컨셔스 패션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성대 박근수 교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도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패션 분야이며, 따라서 계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지속 가능한 패션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