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민규(부산 연제구, 23)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명품 브랜드의 신발을 구입했다. 거의 100만 원에 가까운 큰돈을 들여 신발을 산 뒤 그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새로 산 명품 신발을 신고 나갔다. 그는 친구들에게 명품 신발을 보여주며 “나 플렉스(Flex) 했어”라고 말을 했다. 친구들 중 평소 패션에 관심이 없었던 한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플렉스(Flex)가 뭐야”라고 물었다. 김민규씨와 나머지 친구들은 “그것도 모르냐”며 비웃었고 요즘 플렉스 하는 것이 유행이라면서 김민규씨는 “내가 산 이 명품 신발이 바로 플렉스”라며 우쭐거리며 자랑을 했다.
최근 플렉스(Flex)라는 단어가 유행을 하면서 10대, 20대에게 명품과 같은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이 유행이 되고있다. 플렉스(Flex)는 원래 ‘구부리다’는 뜻이지만 1990년대 미국 힙합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최근 기리보이, 염따 등 한국 래퍼들이 자신들의 노래가사에 자주 사용하면서 1020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7월 래퍼 기리보이가 발표한 ‘flex’란 곡에는 “너희 옷이 그게 뭐야 얼른 갈아입어. 구찌 루이 휠라 슈프림 섞은 바보...F.L.E.X 질투와 시샘 받으면서 우리 멋있어지자”라는 가사가 계속 반복된다. 노래 가사에 명품 브랜드들이 나열되고 이러한 옷들을 입고 멋있어지자라는 내용의 노래로 1020세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힙합 노래를 즐겨듣는 고등학생 이원준(부산 사상구, 18)씨는 “힙합 노래 가사에 명품 브랜드들이 나와서 저절로 알게 되었다”며 “래퍼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도 보면 모두 명품이라 따라서 사고 싶은 욕구가 든다”고 말했다.
플렉스가 유행하면서 10대들에게도 명품 구입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고등학생 정 모(18) 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거의 반에서 3분의 1정도가 명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 군은 "얼마 전 새로 산 명품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얼마주고 샀냐고 물어보면서 멋있다면서 다음에 나도 사야겠다고 말하더라. 친구들이 부러워하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군은 “명품을 구입하는 돈은 주로 용돈을 모아서 사거나 부모님과 조건을 내세워 성적을 잘 받으면 사주는 식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정 군은 명품을 사는 이유로 “명품 브랜드의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친구들한테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20세대에서 명품 구입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1020세대에 명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이유는 연예인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명품 브랜드를 광고하거나 입고 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서 사고 싶어 한다.
1020세대들의 이러한 소비문화는 마케팅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굽네치킨은 최근 플렉스를 유행시킨 힙합 아티스트 ‘염따’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너무 플렉스(Flex)’라는 제목의 1분의 광고영상은 힙합 아티스트 염따가 중독성있는 멜로디에 플렉스를 외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굽네치킨은 최근 굽네피자의 주 고객층인 10~20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염따가 굽네피자 홍보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광고영상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방전문 쇼핑몰 ‘가방팝’에서는 신학기 특별 프로모션으로 ‘개강#BAG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문구를 내세워 홍보를 하기도 했다.
플렉스를 외치는 래퍼들을 보면서 1020세대들은 돈을 마음껏 쓰고 즐기는 그들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따라가기를 열망한다. 플렉스를 한다는 것이 그저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자신감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