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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경옥(50, 부산시 사상구) 씨는 요즘 시민회관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졌다. 그 이유는 바로 구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영화감상회 때문이다. 자녀들의 대학 진학 이후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점점 시도하고 있다. 박 씨는 “이렇게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이렇게 즐기면서 남은 인생을 살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요즘 꽃청춘이라 불리는 4050세대들은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서울문화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연평균 문화관람률은 50대가 가장 많고, 관람횟수 또한 2030세대와 4050세대가 비슷하다. 이렇듯 중년들의 문화활동이 활발해짐을 알 수 있다.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 세대들을 하하(HAHA)족 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하족이란 ‘Happy Aging Healthy & Attractive’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 자기계발을 통해 젊고 즐겁게 사는 신중년 세대를 뜻한다. 하하족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문화계 전반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회사원 허재희(44,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토이스토리4’를 극장에서 시청했다. 허 씨는 “애니메이션은 젊은세대들만 본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오히려 제가 딸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줄 정도”라며 웃었다.
실제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80만 명이 본 '토이스토리 4' 시청 연령대 중 40대 비중이 25.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CGV 씨네샵에서 출시한 '토이스토리' 캐릭터 관절 피규어, 토킹 피규어 등은 출시하자마자 매진됐다. 극장 관계자는 "직접 소장하거나 자녀에게 주기 위해 구매력이 있는 중년층이 지갑을 가장 많이 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영화업계에서 4050세대들의 티켓파워는 막강하다. 4050세대가 이렇게 힘을 갖는 이유로는 가족 단위, 회사 등 ‘집단관객’을 이끌 수 있는 점이다. 영화의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소비하는 이들은 새로운 흥행 동력이 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4050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과 여가, 운동 등의 밸런스를 맞추려 한다. 회사원 정진호(49, 부산시 사상구) 씨는 주말마다 등산, 골프 등의 스포츠 활동을 주로 한다. 정 씨는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땀 한번 쫙 빼주면 보람차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4050세대를 주 타겟으로 잡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최근 평범한 중년 남성의 스타일을 뉴발란스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키는 '아빠의 그레이' 캠페인을 선보였다. 4050세대들이 뉴발란스를 신고 변신하는 모습, 새롭게 스타일링 하는 모습들이 이젠 낯선 광경이 아니다. 꾸밀 줄 아는 꽃중년의 시대가 온 것이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4050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박선주(5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얼마 전 동창회 모임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박 씨는 “해외여행을 거의 20년 만에 다녀왔는데 너무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친구들과 많은 곳을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패키지여행을 신청한 4050세대는 전년 대비 11.8%가 늘었다. 자녀들을 키우며 정신없는 삶을 살아온 이들은 이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4050세대들은 음반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유행한 ‘뉴트로’ 문화는 대중문화 전반의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4050세대의 감성을 저격하며 붐을 일으킨 뉴트로 문화는 이제 전 연령층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한 음반 시장에서는 LP판과 카세트테이프가 역주행 중이다. 4050세대들의 어릴 적 향수와 감성이 재등장한 것이다. 박지현(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LP판으로 노래를 틀어주는 카페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4050 세대는 현재 우리나라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에 서 있다. 이제는 젊은 세대들과 4050세대가 함께 문화활동을 즐기고 공유할 시대다. 강영미(41, 서울시 마포구) 씨는 “앞으로 저희 세대가 즐길 문화, 여가활동이 보다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