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소유 자체가 패션도 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
필름이나 필름카메라는 중고 카메라샵이나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
“유행은 돌고 돈다.” 아날로그 감성을 외치며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폰카를 비롯해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와중에, 투박한 디자인에 ‘찰칵’ 하고 크게 울리는 셔터 소리를 가진 필름카메라가 다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네이버를 통해 필름카메라를 검색한 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필름카메라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름카메라는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는 P&S(Point&Shoot), RF(Range Finder) 카메라, SLR(Single Lense Reflex) 카메라, 토이카메라, 일회용 필름카메라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필름카메라 특유의 엔틱한 디자인은 젊은 연령대에게 강점으로 작용한다.
필름카메라 붐은 젊은 세대에게 불고 있는 뉴트로(newtro) 열풍과 관계가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기 위해 과거의 물건들을 찾게 되고 그 속에서 재미를 느낀다. 최근에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다음 ‘필름 감성’이 나도록 찍을 수 있는 휴대폰 카메라 앱이 출시되기도 했다. ‘구닥’이 휴대폰 전용 필름카메라 앱 중 하나인데, 실제 일회용 필름카메라처럼 하루에 24장만 찍을 수 있고, 인화를 하기 위해선 7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필름카메라와 관련된 동호회도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면 회원들과 필름 사진 관련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단순히 인터넷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같은 지역 회원들끼리 출사나 소모임을 가지고 사진 보정에 관한 기술이나 필름카메라에 대한 궁금증도 나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동호회가 형성되기도 한다. 부산시 중구 남포동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 중인 김 모(52, 부산 중구) 씨는 “필름카메라가 단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최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옛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느낌 그대로
필름카메라는 확실히 과거의 전유물이다. 현재 대부분의 카메라는 촬영 후 LCD창을 통해 자신이 찍은 모습을 확인한다. 별도의 필름이나 필름 인화과정이 없다. 그러나 필름카메라는 LCD창이 없어 오직 찍을 당시 뷰파인더로만 피사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인화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필름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학생 이지연(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결과물을 찍자마자 확인할 수도 없고, 필름 길이 때문에 찍을 수 있는 장수가 정해져있어 한 컷마다 신중하게 찍게 되는데, 잘 나온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필름카메라는 그 자체로도 멋진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 씨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다 디지털인데 손에 필름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그 하나로도 멋이 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필름카메라는 단지 카메라의 역할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레트로한 느낌을 연출하는 게 가능하다.
설레는 기다림의 시간
기다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상소에서 필름을 맡기고 나온 뒤의 기다림은 가장 설레는 시간 중 하나다. 부산 중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토픽칼라’는 부산 필름카메라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현상소다. 토픽칼라 사장 문형길 씨는 현상소를 운영하며 필름카메라 유행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문 씨는 필름카메라는 정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상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찍은 사진을 궁금해 하고 막상 못 찍은 사진이 있더라도 자신이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그걸 보는 맛이 있다”고 문 씨는 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고르는 필름의 재미
필름카메라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필름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주로 포토샵이나 라이트룸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한 후보정 방식으로 색감을 조절한다. 하지만 필름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필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색감과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현재 코닥, 후지필름, 로모그래피 등의 회사에서 필름을 판매하고 있다. 코닥 필름은 주로 따뜻한 색감을 잘 표현해주고, 후지필름은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 햇빛의 쨍한 색감은 원한다면 로모그래피 필름이 적합하다. 필름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단종된 것은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은 36컷 기준 4000원에서 비싸게는 2만 원을 넘어간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 대학생 안준화(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필름마다 색감이 달라서 바꿔 쓰는 재미도 있고, 쓰다 보면 나에게 잘 맞는 필름도 생겨서 용돈을 필름 사는데 거의 다 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시간
어떤 것이 바뀌고 사라지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필름카메라는 사람들에게 멈춰 서고 다시 돌아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경성대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전혜원 교수는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이 오히려 재미가 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사진은 지나간 시간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찍고 바로 보는 것도 좋지만, 잊고 있다가 인화된 사진을 봤을 때 그 추억이 더 생각나고 뜻깊어 진다”고 전했다.
필름카메라에 입문하고 싶다면 카메라 전문점이나 온라인 소셜커머스를 통해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다. 일회용이 아닌 카메라를 원한다면 크게 자동 필름카메라와 수동 필름카메라로 나뉜다. 자동 필름카메라는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 대표적으로 캐논의 오토보이 시리즈와 올림푸스 뮤 시리즈가 있다. 수동 필름카메라는 조리계, 셔터스피드, ISO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전문가용 카메라다. 대표적으로 미놀타 X700, 캐논 AE-1, 니콘 FM2 등이 있다. 필름카메라는 현재 생산을 멈췄기 때문에 모두 중고 기기를 구해서 사용한다. 번개장터나 중고나라와 같은 거래 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카메라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며, 최근에는 필름카메라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어 이를 통해서도 많이 구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