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휴대폰 쟁탈전'부터 '검찰 소환 신경전'까지 점입감경 기싸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검경 수사 갈등이 악화일로를 거듭함에 따라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검경갈등의 시작은 ‘휴대폰 쟁탈전’이다. 지난 1일 전 청와대 민정실 소속 검찰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4일 경찰 측은 사인 규명을 위해 고인의 휴대전화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사망 경위 규명에 차질을 야기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공개적 불만을 표시하고, 이틀 뒤 재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이 역시 기각했다.
경찰 측은 검찰의 잇단 영장 기각을 ‘검찰 측의 수사관 강압수사’ 내용이 핸드폰에 담겨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검찰 측은 경찰의 영장신청을 청와대 하명수사에 관여한 경찰들이 ‘관련 단서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양대 수사기관의 갈등은 ‘검찰 소환 신경전’으로 번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를 맡았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10여명에게 소환을 통지했다.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지휘 하에 이뤄진 수사가 ‘청와대 발 첩보 수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찰의 대답은 ‘NO’였다. 출석 통보를 받은 울산청 소속 경찰 전원은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청 관계자는 "소환에 응하고 말고는 개인적 판단이며 조직적으로 대응한 바 전혀 없다"고 말했으나, 검찰 일각에서는 ‘조직적 수사 협조 거부’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표적이 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전 울산경찰청장)은 공개적으로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황 청장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금의 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적반하장’이 어울릴 듯 하다”며 검찰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법정에 서있어야 할 토착비리, 부패비리 범죄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되레 큰 소리를 치고 있고, 성실하게 정당한 직무수행을 한 경찰관들은 있지도 않은 하명수사니 선거개입수사니 하는 누명을 쓰고 검찰로부터 출석을 요구 받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양대 수사기관의 ‘청와대 하명수사’를 둘러싼 기싸움은 끝이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검경의 기싸움이 ‘진실’을 위한 것인지, 알량한 ‘조직의 자존심’을 위한 것인지 묻고 있다.
이제 검경은 선택해야 한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자존심’인지 ‘국민의 신뢰’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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