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자는 흑인 노예상이었다가 죄악 깨닫고 목사로 변신
-우리 모두 사랑, 자비 실천하면서 경건하게 크리스마스 보내자
기독교 신자인 친구가 찬송가 한 곡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왔다. 언젠가 들어본 곡이고 가사가 절절해, 여기저기 이 노래와 관련된 자료를 뒤져 보았다. 몇해 전, 오바마 직전 미국 대통령이 총기 난사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시민 장례식에 참석하여 연설 도중에 '느닷없이' 불러 전세계적으로 이목(耳目)을 끈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 어메이징 그레이스)> 바로 그 노래였다. 이 노래는 <신(新) 찬송가집> 305장 찬송가로,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제2영적 국가(靈的 國歌)로 불려진다고 한다.
"나와 같은 죄인(罪人)을 살리신
주(主)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光明)을 얻었다ㅡ"
(That saved a wretch like me
I once was lost but new am
found was blind,
but I seeㅡ)
이렇게 시작하는 이 찬송가는 곡이 호소력이 있어 존 필립 소자(John Philip Sousa)라는 작곡가가 편곡하여 <The Star Spangled Banner>('찬란한 별 밤'쯤으로 이해되겠다)라는 대중적 인기곡으로 변신하였다. 원곡은 15-16세기 경에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지역에서 불리던 민요였다고 한다. 원곡 없이 미국에서 작곡됐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곡은 미국의 제2영적 국가가 불릴 만큼 널리 애창되었다.
이 노래 가사는 18세기 말까지 성행하던 악명높은 흑인노예 거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350만 서(西)아프리카 흑인들은 영국 노예상인들을 통해 서인도제도와 미국에 마치 상품처럼 팔려갔다. 이 노예상선(商船) 선장이던 존 뉴턴(John Neuton, 1725-1807)은 여기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인 큰 재력가가 되었다.
그런데 그의 노예 무역선은 어느날 심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힐 만큼 죽음 직전의 위기를 맞았다. 그때 기독교 신자도 아닌 그는 꿇어 앉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기적적으로 폭풍이 잦아지면서 목숨을 구하게 된 그는 훗날 흑인노예 거래가 엄청난 죄악임을 깨닫고 회심한다. 그는 결국 기독교에 귀의하여 목사가 되었고, <Amazing Grace>(놀라운 은총) 찬송가 가사를 작사했다고 한다. 그는 그가 작사한 찬송가 가사처럼 "나같은 죄인을 살리신" 주의 품에 안겨 여생을 보냈다.
우리들 삶은 여기서 한번 더 '회심'하기를 요구 받는다.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慈悲)는 한발자욱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랑과 자비는 바로 실천이고 행동이다. 가진 걸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곧 사랑이고 자비이며, 그것이 진정한 부(富)이다. '가진 게' 없으면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지닐 수 있다. 따뜻한 가슴과 부지런한 손이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인생', 화려한 삶의 무대는 여기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간혹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201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묵혜(默惠) 김 민 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