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 홍천 꽁꽁 축제, 얼음 안얼어 개막일 미뤄
스키장., 눈 내리지 않아 전체 슬로프 개장일 연기
춘천 홍천 인제 등 지역경제 적잖은 타격... 비상상태
포근한 겨울 날씨에 강원도내 대표 겨울축제가 잇따라 축제 개막일을 뒤로 미루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원도 화천지역의 한낮 체감기온이 영상 10도에 육박하는 등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낚시 축제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2003년부터 시작된 ‘화천 산천어 축제’는 북한강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는 바람에 개막일을 1월 4일에서 11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축제를 일주일 연기했다”며 “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더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축제로 관광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제8회 홍천강 꽁꽁 축제도 1월 3일 개막일을 1월 10일로 미뤘다. 홍천강이 당분간 얼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부교 낚시나 실내낚시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월 10일에도 얼음이 얼지 않을 경우엔 얼음낚시를 제외한 맨손 송어 잡기, 이벤트 체험장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얼음 낚시터를 대신할 부교 낚시터의 경우 한 번에 1000명가량이 올라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작년 28일 개막한 창송어 축제도 당초 21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날씨 탓에 일주일 연기됐다. 축제 개막일이 잇따라 미뤄졌지만 폐막일은 변동이 없다 보니 그만큼 경제적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리 입장권과 숙박 시설을 예매한 관광객들의 피해도 불가피 한 상황이다. 평창송어축제 홍보국장 권용택 씨는 “얼음낚시를 하기 위해선 얼음 두께만 중요한 게 아니다”며 “갑작스럽게 얼음이 얼어도 강도가 약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겨울축제 준비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매년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효과 때문이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지난해 외국인 13만 명을 포함해 184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국내 겨울축제 중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글로벌 육성축제’로 발돋움했다.
강원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2019 화천 산천어 축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축제의 직접 경제유발효과가 13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평소와 대비해 축제 기간에 고객은 51%, 매출은 31.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인구 2만 4912명(지난해 11월 기준)의 74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해 막대한 경제효과를 창출하다 보니 겨울축제 준비작업을 소홀히 하기 어렵다.
반면 눈이 내리지 않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자 인공 눈 살포 작업을 해야 하는 강원도 내 스키장도 울상을 짓고 있다. 평균기온과 미세먼지 농도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야외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이 인공눈을 뿌려 일부 슬로프(스키를 탈 수 있는 경사진 곳)만 운영 중이다. 슬로프 전면 개장을 위해선 눈과 추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 생산업자들도 덕장에 황태를 걸지 못한 채 강추위가 찾아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용대황태영농조합법인 대표 이강열 씨는 “본격적인 황태 건조작업을 시작하려면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일주일가량 지속돼야 한다”며 “건조작업이 예년보다 20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우려돼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1월 하순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가 있다는 예보도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