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부산 스쿨존 재점검 - 부산 "스쿨존 '옐로 카펫' 부설," 구호만 요란했다 ② [부산 스쿨존 재점검] – 예산 감축으로 스쿨존 개선 지지부진...위험한 곳은 여전히 남아
③ 부산 스쿨존 재점검 - 스쿨존 불법행위 단속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④ 부산 스쿨존 재점검 - 더 높아져야 할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의식
작년 하반기, 부산지역에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그 해 9월 17일, 부산시, 시교육청,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녹색어머니회 등이 모여 ‘스쿨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참여 단체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매 분기마다 관계기관 합동으로 스쿨존을 점검해, 보완이 필요한 시설물 개선을 추진하고, 분기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추진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렇게 작년 부산시와 지자체가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올해 예산이 감축되면서 스쿨존 사업 확대가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의 ‘어린이 보호구역 및 스쿨존 재정비 사업’은 그동안 국비 보조와 시비를 합해서 운영돼 왔다. 2014년엔 23개소를 대상으로 11억 2,400만 원의 사업비가, 지난해에는 18개소에 8억 8,600만 원의 사업비가 사용됐다. 예산은 매년 줄고 지원 대상 어린이 교통 보호 시설 수도 줄었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국고 7억 9,000만원에 시비 5억 6,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21개소의 시설을 개선하기로 했다. 부산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10년 이상 노후화된 스쿨존을 재정비하기 위해 시비 예산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이달 현재 부산시 스쿨존은 초등학교 309개소, 유치원 396개소, 어린이집 159개소, 특수학교 15개소, 학원 3개소로 총 882개소가 지정돼 있다. 올해 부산시의 어린이 보호구역 재정비 사업 대상지는 882개소의 스쿨존 중 총 21개소다. 여기서 국비가 투입되는 개선 대상은 13개소이며, 여기에는 초등학교 8개소, 유치원 4개소, 어린이집 1개소가 해당되고, 시비가 투입되는 개선 대상 시설은 9개소로 여기에는 초등학교 4개소, 유치원 3개소, 어린이집 2개소가 포함된다.
올해 부산시가 교통 안전 시설 개선에 나선 21개 스쿨존 중 10년 이상 노후화된 4곳은 서구 천마어린이집, 아미초등학교, 남구 백운초등학교, 연제구 연미초등학교다. 이곳에는 보도 및 안전 울타리가 설치되거나 보도가 재정비된다.
그러나 사업지로 선정된 21개소 외에도 개선이 필요한 어린이 보호구역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최근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 6개소가 해당된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이들 신설된 스쿨존에 즉각적인 정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부산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6개소 말고도 올해 예산 감축으로 인해 사업 대상지에서 제외된 미개선 구역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해운대구 신재초등학교 앞은 정비 대상에서 제외되어 위험이 남아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는 등교 시간이면 출근하는 주민들의 차량과 아이들의 통학 차량으로 전쟁터가 된다. 학교 측은 학교 앞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근 재송2동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통학로를 옆에서 가리고 있던 나무를 대량 철거했다. 이 나무들이 있던 자리가 학교 안이기 때문에, 학교 안으로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측은 학교 안으로 통학로를 조성하기 위해 부산시청, 구청, 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냈지만, 땅의 매입 등 법적 절차와 예산 문제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재초 신화영 교감은 “우리가 통학로로 조성하려는 곳 일부가 구청 땅이어서 시청이 매입해야 하는데, 결국 예산 문제다”라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일인데, 법적으로 발 묶인 상황 때문에 난처하다”고 말했다.
신재초등학교가 나무를 철거한 옆 길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학로지만, 아직 보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등하교 시간에 이곳에서 차량과 어린이들이 뒤섞이고, 아이들은 차를 피해 다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에 최근 학교 측이 이곳 바닥을 초록색 라인으로 표시했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엔 교직원, 학부모가 안전 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하교 시간은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방과 후 교실, 돌봄 교실, 학원 등의 이유로 학생들마다 하교 시간이 1시에서 4시 사이로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교 측이 모두 통제할 수 없다. 신 교감은 “통학로에 마련한 초록색 표시는 임시책일 뿐,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통학로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사업 대상이 아니면서 개선이 필요한 곳 중 또 다른 지역은 해운대구 장산초등학교 앞이다. 이곳은 학교 정문 앞 횡단 보도의 노면 표시가 지워져 있다. 최근 이곳에서 하수도 공사 때문에 도로에 임시 포장이 덮히면서 횡단 보도 노면 표시가 일부 지워진 것이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을 표시하는 붉은 색 노면 표시도 일부 지워졌다. 이 문제는 당장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하수도 공사는 끝났지만, 이 일대에서 내년 2월까지 진행 중인 다른 공사가 남았다”고 밝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주행 속도 30km를 의미하는 숫자 ‘30’과 ‘학교 앞 천천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문구가 노면에 표시돼 있다. 운전자의 시야에 잘 띄게 하기 위해, 이들은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올해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사업 대상지 외의 스쿨존에서 뚜렷하지 않은 노면 표시가 발견된 곳은 연제구에 있는 연천초등학교, 연천어린이집 근처다. 이곳 주택가 도로에 있는 ‘유치원 천천히’라는 노면 표시가 흐릿해진 상태다. 해운대구 신재초 앞에도 ‘어린이 보호구역’과 ‘학교 앞 천천히’라는 노면 표시가 겹쳐져 있다. 자칫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이는 몰랐던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지자체가 작년 긴급 대책으로 마련한 것 중 하나는 ‘교차로 알리미’ 시설이다. 교차로 알리미는 무선 감지 센서를 활용한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스템으로, 차량이 접근하면 “차량이 접근 중입니다. 주의하시면서 이동해 주십시오”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또, 운전자가 주의할 수 있도록 도로에 붙은 경고등에서 적색이 표시된다. 교차로 알리미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 보도에 적합한 보조 시설물이다. 작년 10월해운대구는 부산시와 협의 끝에 2014년 학교 앞에서 2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던 신재초등학교 앞에 교차로 알리미를 시범 설치했다. 올해 2월에는 부산진구 연지초등학교에도 교차로 알리미가 설치됐다. 교차로 알리미는 1개소 설치 사업비로 약 1,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설치가 확대되는 곳은 부산진구 2개소, 해운대구 2개소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