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녀, 증상 알고도 여행... 제주 측, 1억 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태국 방문 영국인, 마스크 안쓰고 거리 활보... 정부 “강제추방 조사 착수”
부산 독일 유학생, 태국 방문 목포 확진자도 자가격리 지키지 않아
정부,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 14일간 자가격리 원칙 시행
단기체류 외국인도 입국 후 14일간 시설격리, 비용은 본인 부담
최근 해외입국자 중에서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밖에 나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사례가 많이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생 이경린(22, 충남 천안시) 씨는 “불안하다. 요즘은 유럽이나 미국 쪽이 한국보다 코로나19(우한 폐렴)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입국한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여행을 강행한 미국 유학생이 있다. 지난 15일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미국 유학생은 14일간 자가격리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입국 후 5일 뒤인 20일부터 4박 5일간 제주도를 여행했다. 그 후 서울에서 검사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증상이 있음에도 제주여행을 하고 서울로 돌아가 확진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제주지방법원에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제주도·피해업체·자가격리자가 공동원고이며 총 1억 3200만 원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이경린 씨는 이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한국에 입국했을 때 자가 격리에 대한 방침을 들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 사람도 있다. 바로 수원의 27번 확진자로 최근 태국 방문 기록이 있는 30대 영국인 A씨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원 27번 확진자 A씨의 동선을 공개했다. A씨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인천국제공항, 스크린 골프존, 수원역 등을 돌아다녔으며 버스나 도보,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씨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에도 사람들을 만나 접촉자도 3명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한 영국인 A씨에 대해 강제추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인 영국인 A씨의 증상이 호전되는 대로 신속히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지혜(22, 경북 구미시) 씨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실천해야 하는 기본적인 행동이 ‘마스크 쓰기’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잠잠해지지 않은 시기에, 외국인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자유롭게 외부활동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경린 씨도 법무부의 이런 결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경린 씨는 “이번이 선례가 된다면 앞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강제추방 조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부산의 112번 확진자 B씨 역시 자가격리 당부를 받았지만,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부산시 코로나19 상황보고’의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B씨는 독일인 유학생으로 지난 13일 입국 후 약 두 번의 검사 결과 28일 최종 양성통보를 받았다. 29일 부산시 관계자는 상황보고를 통해 “검사 후 돌아갈 때 보건소에서 자가격리를 당부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부분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입국자는 22일부터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온 국내 확진자도 자가격리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목포시에 따르면, 26일 태국 방콕에서 입국한 목포 3번 확진자 C씨는 26일 귀국해 27일 고속버스를 이용해 광주에서 목포로 이동했으며 27일 보건소에 들러 검사를 했다. 그러나 검사 후에도 식당, 카페, PC방, 마트 등을 이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목포 3번 확진자 외에도 앞선 영국인 확진자, 독일인 확진자 역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한 후에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식당, 마트, 카페 등을 돌아다녔다. 주부 김 씨(54세, 충남 천안시)는 검사를 한 후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간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것은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사례들을 보면 외국인 입국자를 내국인 입국자보다 더 철저히 자가격리 조치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1월부터 3월 31일 오전 12시 까지의 해외유입 확진자 수를 비교해보면 외국인보다 내국인 확진자 수가 더 많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518명인데 이중 외국인은 44명이고 내국인이 474명이다. 내국인 확진자가 외국인 확진자의 11배에 달하는 것이다. 김 씨는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 역시 해외에서 들어왔다면 자가격리 조치를 철저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렇게 최근 해외 여러 국가에서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고 해외유입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모든 국가 입국자는 14일간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국익·공익 목적의 예외적 사유를 제외한 여행 등 단기체류 외국인도 입국 후 14일간 시설격리하며, 격리 시설 이용 시 비용 징수 등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마련한다.
중대본은 이러한 조치는 다음달 1일 오전 12시 이후 입국자부터 적용되며, 해제 시기는 향후 전 세계 유행상황, 국가·지역별 위험도 등을 평가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대본에 따르면, 모든 국가 입국자는 14일간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럽 및 미국발 입국자만 자가격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국민, 장기체류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한다.
또 국익, 공익 목적의 예외적 사유를 제외한 여행 등 단기체류 외국인도 입국 후 14일간 시설격리한다. 중대본은 “단기체류자도 자가격리 기간이 적용되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외적으로 자가격리대상에서 제외된 경우에도 강화된 능동감시를 한다”고 설명했다. 능동감시는 모바일 자가진단 앱과 통화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자가격리를 위한 거주지 등이 없거나 적절치 않은 경우에는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한 격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격리 대상이 자가격리 이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없도록 한다. 중대본은 이 경우 내·외국인 모두 이용 비용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