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인들이 출연해 주인공으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특히 비슷한 나이대의 남녀가 모여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젊은 층을 강타하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 중 초면인 사람들이 모여 호감을 표시하는 과정을 보여준 ‘하트 시그널’은 상대방을 향한 거침없는 호감 표현과 사랑 앞에서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더 큰 흥미를 유발했다. 하지만 최근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하트 시그널’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이 출연자 중 한 명이 과거 학교폭력 주범이었던 사실을 폭로했지만, 편집이나 모자이크 없이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출연하는 일반인들의 모든 과거를 제작진이 알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방송이 되기 전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은 것은 문제다.
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고 머릿속에 그때 기억이 비디오로 저장돼 끝없이 피해자를 괴롭힐 것이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사람의 현재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당사자는 몇십 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후유증으로 부모 도움 없인 살아가기 힘든 처지였다. 그걸 보며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인가 싶었고 현실이 답답했다. 피해자는 시간이 흘러도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았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걸 보니, 피해자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즉, 아픔을 딛고 겨우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 방송이 아픔을 되살리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방송사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인기를 얻기 위해 방송에 나오는 행위를 더욱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인기나 수익보다는 방송이 존재하는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방송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대중이 보는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이 있어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방송사는 계속해서 인지해야 한다.
나도 ‘하트 시그널’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 중 한 사람이다. 출연자들이 나누는 대화나 행동을 보며 누가 최종 커플이 될까 궁금해 하고 진심으로 좋은 인연이 되길 응원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이런 의혹을 계속해서 가지고 간다면 더는 시청할 이유도, 시청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때론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너무나 간단한 생각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