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기상송은 트로트다. 엄마가 트로트에 빠지면서 영탁의 <막걸리 한 잔> 노래를 아침마다 듣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비인기 케이블 채널에서 스쳐 들었던 트로트가 이제는 일상과 함께한다. TV를 틀기만 하면 트로트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오고, 거리의 상점들은 트로트를 주로 틀기 시작했다. 트로트 전성시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에 트로트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한 <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의 열풍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중장년층, 고령층에서만 열광했던 트로트에 이제는 20·30세대까지 주목한다. ‘네이버 TV’에 업로드된<미스터트롯> 영상 클립 중 하나의 연령분포도를 보면, 20대 24%, 30대 32%, 40대가 26%로 연령대가 골고루 나타난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유재석을 트로트 스타 ‘유산슬’로 만들어낸 <놀면 뭐 하니?>를 통해 트로트는 젊은 층에게 더욱 이목을 끌었다. 평소 트로트에 관심이 없던 고등학생 동생도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즐겨 듣는다.
트로트 스타를 응원하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아이돌 스타의 전유물이었던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행위)이 이제는 트로트 스타의 ‘팬덤’(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무리)에 영향을 미쳤다. <미스트롯> 이후 송가인 팬덤에서는 24시간 스트리밍, 응원 구호 외우기, 도시락 선물 등 아이돌 특유의 ‘서포트’ 문화가 자리 잡았다. 팬들이 수시로 후원금을 모으거나, 투표하는 방식으로 가수를 서포트, 즉 지지하는 것이다. 아이돌 열성 팬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중장년층들이 팬덤 활동을 해 신기했다. 평소 아이돌을 좋아하는 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엄마도 이번에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팅을 부탁하셨다. 그런데 트로트 팬덤도 점점 과열되고 있다. 관광지처럼 돼버린 송가인 생가에서 부모님께 무리한 요구를 해 방문객 준수사항까지 생겼다고 한다. <미스터트롯>을 연출한 서혜진 국장은 프로그램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팬덤끼리의 싸움 같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금은 트로트를 전 세대로, 어쩌면 전 세계까지 알릴 좋은 기회다. 트로트라는 익숙한 장르에서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낯섦’을 만나 트로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트로트 예능들이 쏟아지면서 신선함이 사라지고 있다. 방송국들은 트로트의 유행에 이끌리지만 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 또 트로트 팬덤들은 좀 더 성숙한 자세로 가수들을 응원한다면 트로트 인기가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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