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조성된 청운동 문학둘레길을 걸으며 윤동주의 '서시'를 읊어보다
청운문학박물관에서 문학을 음미하다
2017년 10월 15일 오후에 서울 부암동으로 가서 윤동주 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는 청운동 일대의 '문학 둘레길'로 갔다. 한국 근현대 문학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인왕산 모퉁이 바로 청와대 뒷편이며 서울의 중심에 있어서, 처음 손주들과 함께 돌아보았다.
윤동주 문학관은 상수도 관련 시설인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하여 2012년에 개관했다. 윤동주 시인과 그의 작품을 기념하는 문학관이다. 과거에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어서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고 설명서만 받아 읽어 보고 말았는데, 비로소 오늘 다시 방문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2차세계대전 때 일본이 패망하고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끝나면서, 한반도는 일본 유학을 하면서 공산당에 가입했던 좌파 인사들이 조국 건설의 정치 지도층이 되려는 세력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한반도 남쪽 반에 진주한 미군과 미국파 세력이 좌파 인사들과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파인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을 수립한 게 1948년이었다. 우리 민족을 사랑하다 옥사한 시인 윤동주의 유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책이 고인의 가족과 친지들에 의하여 1948년 발간되면서, 윤동주 애국시인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렇게 귀한 책의 서문처럼 실린 몇 줄의 <서시>는 일제 말기 1941년에 쓴 것으로 우리 민족의 애환을 깊이 파헤치는 아름다운 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는 윤동주에 얽힌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 스쿨 교수 시절인 1986년 중국의 신화사 초청으로 연변을 방문하면서 용정에 들렀다가 윤동주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듣게 됐다. 용정은 윤동주 시인의 출생지이며 그의 묘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윤동주 유적들을 둘러보면서 연변일보 간부들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비로소 윤동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됐다. 서울에도 인왕산 모퉁이에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비석과 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찾아 본 것이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 터널 옆으로 난 비탈길을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인왕산 자락 숲속에 자리 잡은 한옥 건물이 있다. 2014년 11월 문을 연 청운문학 도서관은 한옥이며 지붕에는 전통 수제 기와가 얹혀 있다. 담장 기와는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 구역의 철거 한옥에서 가져온 3000여 장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전통 한옥 입구에는 신발을 놓아두는 댓돌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창작실 2개와 세미나실 등 3개의 방이 있다. 창작실은 온돌 바닥에 큼직한 상이 놓여 있다. 16명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장서의 83%가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문학서적들이다. 도서관이 기획하는 행사도 '저자와의 대화', '시 창작 교실' 등 문학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학도서관이라는 이름답게 소장 자료도 ‘문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입구에서부터 영미 문학, 일본 문학, 기행, 수필, 소설이 꽂힌 책장이 차례로 서 있고, 가장 안쪽 벽면엔 출판사별 문학 작품이 꽂혀 있었다. '문학동네', '민음사', '열린책들', '창비'까지 출판사별 문학전집이 가득한 책장을 보며 어떤 작품부터 꺼내들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자료실은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서가의 좌우로 큰 창이 뚫려 있어 시선이 시원했다. 양쪽 모두 문을 열고 나가 바깥 공간에도 앉을 수 있게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도서관 안 쪽엔 '선큰가든'이란 이름의 대나무로 둘러싼 작은 공간이 운치를 더했다.
선큰가든 왼편엔 전시기획자 및 큐레이터 김승덕 씨가 기증한 미술 관련 자료로 채워진 다목적실이 있고, 그 옆엔 아기자기한 키즈존도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은 이곳 외에도 열람실 맞은 편에 어린이 열람실이란 이름으로 따로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