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 매년 특정 직업군 ‘성적 대상화’ 논란··· 올해는 어떻게?
YG 걸그룹 블랙핑크의 뮤비 ‘간호사복 논란’ 거세지자 해당 장면 삭제
귀신, 유령과 같은 괴물 분장을 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축제인 핼러윈(halloween)이 31일 열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적 대상화’, ‘희화화’ 등 논란이 이어질지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나는 지방에서 쭉 살아왔기에, 핼러윈 축제에 무관심한 편이다. 보통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곳은 분장하고 돌아다니는 서울 이태원 거리일 뿐더러 우리 민족과 전혀 상관없는 풍속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SNS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이 종종 올라오자, 한 번쯤은 나도 서울에 올라가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단오, 한가위 같은 전통적인 명절이나 축제가 아니라는 점이 나는 늘 거슬렸다. 젊은 층이 무분별하게 서구 문화, 행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닐지 우려됐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제2의 이태원 사태를 막기 위해 집에서 축제를 즐기는 등 ‘홈로윈(집+핼로윈)’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호박머리, 유령 캐릭터 소품 등 핼로윈 굿즈(goods)들이 비싼 가격에 진열돼 있다. 핼로윈 시즌 이태원 술집에서는 소주 한 병에 1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도 충격적이다.
핼러윈데이 문화가 국내에 정착하면서 특정 직업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희화화하는 등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핼러윈 축제에서 ‘코스튬 플레이’는 빠질 수 없다. SNS에 핼러윈 축제와 관련된 해시태그만 보더라도 몸에 착 달라붙는 간호사 복장, 신체 부위가 노출되는 수녀복을 입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많이 받은 ‘인기 게시글’로 올라간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들의 사진이 보기 불편했다. 그저 축제니까 즐기자는 마음으로 올린 코스튬 플레이의 사진이 특정 직업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서 한 익명의 간호사는 “나의 직업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은 정말 속상한 일”이라며 “언제쯤 이런 인식이 개선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환자의 쾌유를 위해 밤낮없이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인식과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코스튬 플레이를 보면서, 더 이상 핼로윈 축제가 즐겁게 보이지 않았다.
한편 국내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는 ‘간호사 코스튬’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YG엔터테이너 소속 블랙핑크의 신곡 뮤직비디오에서는 짧고 타이트한 간호사복을 입고 빨간 하이힐을 입은 가수의 퍼포먼스가 나온다. YG는 그저 예술로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듯, 이런 ‘가짜 이미지’는 실제 간호사의 모습을 왜곡한다. 간호사는 신체가 과도하게 드러나는 간호복을 입지 않는다. 나는 노출이 심한 코스튬으로 소비되는 간호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간호사를 ‘직업인’이 아닌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국내 여성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에서 경찰, 해양 구조대, 승무원 등 유니폼이 성적인 코드로 재해석되는 일은 허다하다.
우리는 한 민족이니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만 즐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핼러윈 데이는 평소에 흉운의 상징인 박쥐, 귀신, 유령도 즐거움이 된다. 남녀노소 모두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축제를 만끽하며 ‘일탈’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고, 특정 직업군에 비하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코스튬 플레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핼러윈 축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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