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어린이집 등 학교 내 교사 폭력 사건 빈발...“학생들이 배우는 건 지식보다 선생님 그 자체”라는데
경남 김해시 김나희
승인 2020.11.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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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경쟁 위주 교육 현장의 씁쓸한 민낯...교사의 폭언과 폭력
울산 어린이 집 교사 폭력은 끔찍한 만행
부모와 교사 등 사회화 수행자들의 자성 필요
“이 XX가 똑바로 말 안 해! 정신 나간 XX냐? 너희 애비한테 전화할 때 010-0000 하고 끝나냐?” 이것은 한 언론사가 보도한, 전북 고창군의 초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에게 쏟아낸 믿기 힘든 폭언이다. 최근에는 울산 동구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를 발로 밟고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등의 끔찍한 학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부모가 우연히 발견한 정황을 계기로 학대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학대를 당해 왔던 것일까.
나는 아이들의 학대 사건을 접한 후, 어릴 때 유치원에서 혼났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에 나는 집에 갈 생각에 신나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가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났다. 내가 잘못했음을 알았지만, 혼난다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발뺌하며 울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내 잘못으로 혼났던 일도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데, 하물며 잘못 없이 학대를 당한 아이들에게는 그 충격이 오죽할까. 학대받았던 기억이 나처럼 생생하게 그 아이들에게 남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학교는 가족, 또래 집단, 미디어와 같이 대표적인 사회화 수단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지식을 얻고 인격을 키우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상호작용이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은 교과서에 다 있다. 학생들이 진짜 배우는 것은 교사 그 자체다”라는 말을 보면, 교사가 학생에 대한 막중한 임무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사가 제2의 부모이니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배운다. 문제는 교사가 올바른 가르침을 준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에게 학대를 저지르더라도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은 그것을 잘못된 행동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이들이 학대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학대 사실을 알리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교사의 학대는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학대 사건은 학교나 교사로부터의 올바른 사회화를 통한 인격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요즘 우리나라 학교는 인격보다 성적과 경쟁에 집중되어 있다. 편향된 사회화로 교사의 역할을 이해하고 숙지하지 못한 사람이 교사가 된다면, 훈육이 아닌 학대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 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위치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함양하고, 진심으로 학생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학교가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며 안전한 배움의 터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