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카페도 되고 캠핑장도 되고...집의 다목적 다층화 레이어드 홈으로 진화 중
각종 SNS에서는 홈택트 문화 즐기는 인증샷 성행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홈택트(home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택트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홈택트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주로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으로 옮겨온 현상을 뜻한다. 파티룸에서 하던 파티를 집에서 하는 ‘홈파티’,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집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홈카페’ 등 사람들은 점점 바깥 활동을 집에서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식당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술자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집의 남는 공간에 ‘홈포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SNS에서는 집 베란다를 포장마차처럼 꾸민 ‘베란다 포차’가 인기다. 사람들은 가게 인테리어와 비슷하게 꾸미기 위해 테이블, 의자, 선반 등을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배치하고 마치 진짜 포장마차에 온 것처럼 연출하기 위해 메뉴판까지 손수 만들어 달기도 한다.
대학생 오희건(22) 씨는 “친구가 자취방에 홈포차를 만들어서 몇 번 놀러 갔었는데, 아는 사람 몇 명만 모여 집에서 술을 마시니까 코로나 걱정 없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었다”며 “술자리는 즐기고 싶은데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홈포차를 만들면 코로나19 방역수칙도 지키고 먹고 싶은 술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일거양득으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은 트렌드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본인이 선호하는 트렌드’라고 인식하는 것은 홈술(67.9%), 혼술(51.0%), 즐기는 술(50.0%)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2019년에 비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의 월평균 음주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본격 캠핑 시즌이 다가왔지만, 야외 캠핑을 즐길 수 없게 되자 아쉬운 대로 집에서 캠핑을 하는 ‘홈캠핑’도 유행이다. 베란다와 거실 등에서 캠핑 음식을 준비하면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 멀리 놀러 가지 않고도 캠핑의 즐거운 요소들을 느낄 수 있다.
가수 출신 사업가 김준희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금은 집에 머물러야 할 시기”라며 홈캠핑 하는 모습을 게시했다. 그녀는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 너무 답답하고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집에 머물며 이 상황을 이겨내 보자”며 집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팬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독려했다.
길어지는 집콕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은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집에서 직접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홈가드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식물을 가꾸는 일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실내에서 식물을 가꾸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농도는 56.5%가 줄고, 우울감은 20.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편의점 GS25는 코로나 블루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려는 '반려식물' 트렌드에 따라 한국화훼농협과 함께 홈가드닝 용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단순 주거라는 집의 기본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들이 더한 공간으로의 진화한 집을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라 칭했다. 이는 여러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처럼 집의 기본 역할에 새로운 기능들이 레이어(층)처럼 더해지면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 같은 홈○○ 문화와 함께 레이어드 홈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박형선 씨는 “나중에는 집이 단순히 집의 역할만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언젠가는 집이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