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지(28) 씨는 최근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 독서토론 스터디를 찾아 모임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단순한 스터디를 위해 참석했던 모임이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단체 모임이었던 것. 독서토론 모임으로 위장한 포교용 모임인 것을 미처 몰랐던 게 탈이었다.
여자 회원 4명으로 구성된 이 스터디는 평범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김 씨는 처음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스터디원 중 한 명이 역학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다른 스터디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동조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후로 두 시간 가까이 음양오행, 제사에 관한 설명을 구구절절 들어야 했다. 김 씨는 “제사는 명당 자리에 가서 지내야 한다며 같이 가 보자고 나를 끌고 가려 했을 때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혀 의심치 않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주제가 넘어간 것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소름 끼쳤다”고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대학생 임준우(25) 씨 역시 사이비 스터디 모임의 피해자다. 임 씨는 취업을 위한 면접 준비 스터디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 차례로 발표 연습을 하던 중 스터디 멤버 한 명이 갑자기 특정 종교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관련 영상을 틀어준 것. 임 씨는 “쓸데없는데 시간을 빼앗겨 짜증났다. 처음에는 정말 면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모임의 사이비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례들은 사이비 종교로 알려진 'D종교'의 수법이다. 실제로 이들 종교에 피해를 본 이모(23) 씨에 의하면, 이들은 이 씨에게 제사를 지내게 한 후, 제사비 명목으로 이 씨에게 많은 돈을 내게 했다. 이 씨는 당시 돈을 내고라도 서둘러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 씨는 "처음에 호기심에 따라갔는데 들어간 건물의 출입구가 철문이어서 큰일 났구나 싶었다. 여러 명이서 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젊은이를 상대로 한 스터디 그룹 내 각종 사이비 종교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비(似并非)종교란 종교 본연의 긍정적인 기능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한다. 이 같은 사이비 종교와 연관된 스터디는 어학·시사·면접 등 대학생이 관심을 보일 만한 분야라면 어디든 등장해 포교활동을 벌인다. 사이비 종교들은 과거 설문지나 심리상담을 통한 포교활동에서 벗어나 스터디나 동아리 등 다양한 단체로 둔갑해 활동하는 추세다. 특히 진로, 적성검사 등을 앞세워 취업난에 처해있는 대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캠퍼스 내 이단 종교 대처에 앞장서고 있는 학원복음화협의회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허구의 세계에 몰두하기 때문에 현실감을 상실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협의회는 “다양한 이단 사이비 단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정체를 숨긴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학생들은 단체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취업 커뮤니티를 통한 스터디 모집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예방이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 현재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해당 커뮤니티에선 문제가 된 회원을 탈퇴 처리하는 게 대처의 전부다. 사전에 막을 도리가 사실상 없는 것.
온라인 스터디 그룹 피해 대학생들은 “스터디 운영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면 사이비 종교 단체의 위장 커뮤니티가 아닌지 의심해 보시길,” “메신저 단체 채팅방이 없는 경우도 수상하다“는 등의 조언을 게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