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위, ‘인터넷 준실명제’ 포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
여론은 도입 필요성에 공감...일각선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인터넷 준실명제 추진을 놓고 네티즌들의 찬반 공방이 뜨겁다. 4월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인터넷 준실명제’의 내용을 포함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된 게 계기였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게시물·댓글을 작성할 때 작성자의 아이디를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는 인터넷 준실명제가 추진되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사실 실명제와 관련된 법안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가 심각해지자, 2007년 자신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받아야만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려 폐지된 바 있다. 이후 연예인들의 악성 댓글로 인한 사망 소식이 이어지자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고, 2019년 10월부터 관련 개정안이 논의됐다.
국회에서 아이디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아이디 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댓글을 작성할 때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되어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방지될 수 있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설령 명예훼손과 루머 유포 등의 글이 올라오더라도, 아이디 공개 의무화가 추진된다면 아이디 조회를 통해 가해자의 신원을 보다 더 쉽게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그 피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한 한국리서치의 지난해 11월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이 80%, 반대는 9%에 그쳐 많은 사람들이 악성 댓글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기업 리얼미터에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69.5%로, 반대 의견보다 훨씬 높았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인터넷 준실명제의 도입을 놓고 다양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인터넷 준실명제가 시행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어, 악성 댓글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인터넷 이용자 최 모(22) 씨는 아이디가 공개되면 메일 주소 등 개인 정보도 같이 공개되므로, 사람들이 댓글을 작성할 때 좀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내가 글을 쓸 때마다 아이디가 공개되니까 웬만하면 악성 댓글을 잘 안 쓰게 될 것 같다. 나쁜 댓글을 썼다가 소송 당할 것을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준실명제에서 그치지 않고 실명과 IP, 국적과 성별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도 넘은 댓글과 게시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를 공개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자 김 모(22) 씨는 “요즘 인터넷 댓글 수위가 상상 이상이다. 연예인들에게 자살하라는 말을 참 쉽게 하더라. 이런 댓글들을 방지하려면 실명, 성별까지도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사생활 침해와 표현의 자유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디가 공개됨으로써 댓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인터넷에 종종 댓글을 다는 이용자 김 모(27) 씨는 아이디가 공개되면 좋은 점도 분명 있겠지만, 누군가 자신의 댓글을 알아볼 것을 생각하면 사생활이 걱정되기도 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김 씨는 “네이버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실검이 폐지된 상황인데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마저 꺼리게 된다면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안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 준실명제가 해외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의 악성 댓글을 제한할 수 없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아이디 공개를 피하기 위해 해외 기업 쪽으로 몰리게 된다면 오히려 국내 기업은 피해를 보고, 해외 기업만 이득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예전에 실명제와 관련된 법인이 위헌 판결난 전적이 있으므로, 준실명제의 도입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위험요소가 있는 준실명제를 추진하기보다, 우선 악성 댓글의 처벌 수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