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린이', '등린이' 등 등산 입문자를 뜻하는 용어들 탄생
젊은 세대의 유입에 힘입어 아웃도어 브랜드도 호황기
‘산린이’. ‘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등산을 이제 막 시작한 등산 초보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일명 ‘산린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장년층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등산이 이제는 MZ세대에게도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등산의 매력에 빠진 젊은 세대는 어쩌다 늘어나게 된 것일까?
역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 생활이 늘어나면서 일명 ‘산책족’이 증가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재택 생활에 대한 무료함을 없애고자 등산을 찾는 움직임도 증가한 것이다. 대학생 박정환(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원래는 등산하는 걸 딱히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일상생활 자체가 무료하다 보니 바깥바람을 쐴 겸 등산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김기범(23, 울산시 울주군) 씨는 “원래도 운동 삼아 등산을 즐겨 하는 편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답답한 마음에 최근 들어 더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외 운동으로 등산을 시도했다가 완등을 하는 성취감에 지속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대학생 임미진(23, 부산시 북구) 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내 운동은 조금 껄끄러운 면이 있어 실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게 됐다”며 “등산을 한 번 해보니 성취감도 느껴져 더 높은 산을 올라야겠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SNS상에선 ‘등산 인증샷’ 열풍이다. 등산 코스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해발고도를 나타내는 비석 앞에서 찍은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안태훈(24, 경남 양산시) 씨는 “처음엔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갑갑한 마음에 등산을 시작했다”며 “막상 등산을 해보니 사진 찍기에도 좋아 취미로 자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진들은 평소 등산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등산 자극 사진’으로도 작용한다. 때문에 SNS 인증샷을 통해서 등산에 입문하는 젊은 세대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증샷에 힘입어 등산 입문자들을 위한 등산코스들이 조명되고 있다. 부산권에서는 ‘금정산 고당봉’ 코스, ‘가덕도 연대봉’ 코스, ‘범방산 구포무장애숲길’ 코스, ‘백양산 애진봉’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등산하면 빠질 수 없는 ‘등산 필수품’들도 각종 SNS 및 커뮤니티에서 소개된다. 일회용 물티슈나 등산용 선크림, 등산용 무릎보호대, 두피 쿨링 스프레이부터 등산 후 챙겨 먹는 단백질 쉐이크까지 다양하다.
MZ세대의 유입으로 등산업계도 호황기를 맞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에 따르면,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도전단은 2019년 4월 10만 명 돌파 이후 1만 명이 유입됐고, 2021년 8월 현재 26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 중 작년 3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BAC 가입자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고 한다.
등산용품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등산 입문자들이 “등산은 장비빨”이라는 말과 함께 등산용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가수 아이유가 광고 모델로 출연해 ‘아이유 등산화’라고도 불리는 등산화 ‘야크343 D GTX’는 많은 등산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첫 출시 이후 ‘야크343 D GTX’는 꾸준히 인기를 끌어 지난 5월 각 컬러별로 3차 리오더를 진행했고, 광고 캠페인 영상에서 아이유가 직접 신었던 베이지 색상은 5차 리오더까지 들어갔다”며 “이 제품의 인기로 블랙야크 신상품 신발 라인의 매출은 7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약 121%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트레킹 배낭, 등산 스틱, 나침반, 바람막이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오는 과정에서 등산은 MZ세대에게 새로운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갑갑한 재택생활로 인해 실외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과연 MZ세대의 등산을 찾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