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슈머 마케팅’ 열풍 불어닥친 식품업계...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 상품을 내는 것이 식품업계의 트렌드
생활화학제품을 식품용기로 포장하거나, 식품을 생활화학제품으로 포장하는 펀슈머 상품 출시... 누리꾼 ‘우려’
식품과 식품이 아닌 것들의 경계 흐려지고 구분 어려워... 재미만 추구하다 보니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아 논란
최근 식품업계에 ‘펀슈머 마케팅’ 열풍이 불어닥쳤다. 펀슈머 마케팅의 일환으로 각종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 상품을 내는 이색 협업이 식품업계 트렌드가 됐다. 식품업계는 협업을 통해 생활화학제품을 식품용기로 포장하거나, 식품을 생활화학제품으로 포장하는 등의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 식품과 같은 외형으로 소비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펀슈머(funsumer)는 fun(재미)와 consumer(소비자)를 결합한 말로,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소비하는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신조어다. 재미를 추구하는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식품업계는 펀슈머 열풍에 편승해 식품과 콜라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해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펀슈머 제품에는 매직펜 모양의 용기에 담긴 유성매직 음료수, 딱풀 모양 용기에 들어있는 사탕 등 식품을 생활화학제품으로 포장한 상품이 있고, 우유와 유사한 모양으로 제작된 바디워시, 소주와 흡사한 디퓨저 등 생활화학제품을 식품용기로 포장한 제품이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식품인지, 식품이 아닌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어진 펀슈머 상품들은 큰 혼동을 준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펀슈머 상품들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우유 모양 바디워시와 소주 모양 디퓨저는 실제 식품과 같이 진열돼 큰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식품이 아닌데 식품이랑 같이 진열해놓으면 어쩌냐”, “당연히 먹는 건 줄 알고 사갈 것 같다”, “식품이 아니라는 경고 문구를 크게 써놔야 한다”, “아무리 펀슈머 제품이지만 도가 지나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많은 기업에서 펀슈머들을 의식하면서 상품에 대한 재미만 추구하다 보니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식품과 식품이 아닌 것들의 경계가 흐려지고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상품의 재미를 추구하면서 안전성은 뒷전이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응에 나섰다. 화장품법을 고쳐 식품과 비슷한 형태의 화장품 제조, 수입, 보관 또는 진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식품 등이 아닌 상호, 상표, 용기, 포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오인·혼동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새로운 컨슈머 상품들이 제작될 일이 거의 없어졌다.
새로 출시되는 펀슈머 제품이 없어졌다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어린이 장난감이 문제가 됐다. 얼마 전, SNS에서 유명 음료수 모양의 슬라임이 논란이 됐다. ‘캔치즈젤리’라고 쓰여 있는 문구, 유명 음료수의 디자인을 딴 외형, ‘단짠단짠’ 등의 맛 표현이 적혀있는 이 제품은 놀랍게도 식품이 아닌 슬라임이다.
어른도 헷갈리게 할 법한 디자인은 어린아이가 봤을 때 식품이라고 착각해 섭취할 위험이 있다. 해당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어린이 안전에 관한 법은 엄격해져야 한다”, “이런 건 좀 안 만들면 좋겠다”, “성인이 봐도 먹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러한 식품 모방제품은 영유아나 어린이에게 혼동을 유발해 삼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만큼 EU와 영국 등은 화장품을 포함한 식품 모방 소비재의 마케팅 및 수·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