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플랫폼 ‘크림’과 패션 플랫폼 ‘무신사’ 사이에서 일어난 ‘진품 가품’ 싸움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에서 판매한 명품 티셔츠를 크림에서 가품으로 판정한 것이 발단이 된 것. 해당 티셔츠의 진품 가품 여부를 두고 무신사는 크림에 대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사건은 미국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를 무신사에서 구매한 A 씨가 이를 크림에 되팔기 위해 검수를 의뢰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검수 과정에서 크림이 해당 제품을 가품으로 판정하면서 갈등이 일어난 것. 크림은 “동일한 유통 경로로 같은 제품을 다수 확보해 중국 리셀 플랫폼 NICE 사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며 크림 플랫폼 공지를 통해 해당 제품의 정품과 가품의 차이를 설명했다. 크림은 라벨 폰트, 봉제 방식, 자외선(UV) 반응, 부자재 모양 등이 달라 가품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처인 무신사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무신사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여러 감정원에 정품 여부를 의뢰했다. 무신사는 한 달여에 걸친 제품 검수 끝에 ‘가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공식 판매처 및 국내외 검증 전문기관에 정품 여부를 의뢰했고, 해당 제품을 공급받고 검수하는 작업 과정이 담긴 CCTV 영상 원본을 재확인하는 등 유통 경로 전수 조사도 진행했다. 무신사는 “공식 판매처로부터 100% 정품이 맞으며 상품 별로 개체 차이가 존재한다는 공식 입장을 받았다”며 “한국명품감정원에서도 제품에서 일부 개체 차이가 발견됐으나 이를 가품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크림은 물러서지 않고 추가 공지를 통해 “다수의 가품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매했는데 가품이 의심되는 소비자들은 크림 내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이에 “브랜드의 정·가품 진위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해당 브랜드의 고유 권한”이라며 “제품 유통 과정에 권리가 없는 중개 업체에서 자의적 기준에 근거해 검수를 진행하는 것은 브랜드의 공식적인 정품 인증 단계와 엄연히 다르며 공신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무신사는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민사소송, 형사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신사와 크림이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진품 가품 싸움을 벌이는 것은 두 플랫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100% 정품 보장’ 정책을 내걸고 있고, 크림은 ‘철저한 검수 보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품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무신사의 플랫폼 신뢰도가 한순간에 바닥을 칠 수 있고, 진품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에는 고객이 팔고자 하는 명품을 정확하게 검수한 뒤 되팔아야 하는 크림의 검수 과정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품 가품’ 싸움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하나의 플랫폼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신사와 크림 두 플랫폼이 전부 명품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 쪽은 ‘정품 보장’을 한 쪽은 ‘철저한 검수’를 보장한 만큼, 회사의 신뢰도를 위해서 어느 한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