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직후 한국을 비롯, 다수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드라마이다.
등장인물 중 ‘동은’은 같은 학교 학생인 ‘연진’을 중심으로 한 또래 학생무리에게 심부름, 성추행과 더불어 고데기(미용 기구)에 팔, 다리가 지져지는 등의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는 동은을 보호해주지 않고, 동은은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와 함께 자퇴를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찾아가 본 학교에서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잘 지내고 있는 가해자들을 보며 동은은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드라마는 학교폭력의 피해자 ‘동은’의 시선과 내레이션을 통해 그녀에게 끔찍하게 남겨진 트라우마와 상처를 부각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해자들에 대한 지독한 분노와 경멸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네가 매일매일 나한테 한 거” 드라마 ‘더 글로리’ 중 학교폭력의 피해자 ‘동은’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에게 하는 대사, 동시에 우리 사회의 모든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더 글로리’가 사회에 미친 영향은 굉장하다.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태국에서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화제로 떠올라 공론화되며, 인터넷에서 ‘The Glory Thai’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피해를 폭로하는 태국판 '학폭 미투'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실제 2006년에 일어난 ‘청주 고데기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었다. 또한 유튜버 ‘곽튜브’가 tvN 예능 ‘유퀴즈’에 나와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슬픈 과거를 밝히며 “피해자들은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곤 한다. 하지만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들의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지옥 같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교육부가 초등 4년부터 고등 3년까지 약 387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경험률 모두 2021년 대비 증가했다. 피해율이 1.7%로 2021년 기준 0.6% 증가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 전 사회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은 불씨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