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스트레일리, 반즈 등 선발 부진 걱정돼
서튼감독, 제2의 로이스터 감독 시절 떠올리게 해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가 9일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5대 2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 패하며 롯데는 3위로 밀려났다. 지난주 9연승을 기록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이 됐던 롯데는 5월 4~7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상승세가 주춤했다. 며칠간 휴식 이후 치러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패하며 일각에서는 올 시즌 롯데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 롯데는 9연승을 달성했지만 지난 3일 등판한 선발 박세웅만큼은 웃지 못했다. 개막 후 박세웅은 이날까지 5경기에 나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선발투수의 기본인 5이닝 소화 횟수는 2회에 불과하고(평균 4.8 이닝 소화),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한 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여기에 외국인 용병 투수 2명의 부진이 더해 롯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정규리그 1위로 우뚝 선 롯데의 미스터리는 선발 라인업 중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0위 내에 선수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올 시즌 롯데의 문제점은 단연 선발진이다. 나균안을 제외한 선발투수가 모두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돋보이는 건 이른바 ‘진상 구원’이다. 진상 구원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욱 김상수 구승민 김원중 등의 불펜 투수를 이른다.
야구팬인 자영업자 이준길(55, 김해시 장유) 씨는 “요즘 롯데를 보면 과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 씨는 “선발이 이렇게 약한 팀이 9연승까지 온 것을 보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우수한 경기력에 만족한다”며 “불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발 투수 부진만 해결한다면 과거 롯데 전성기를 재현하는 데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즌 개막 전부터 롯데는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지난해 은퇴한 롯데 간판타자 이대호(40)와 NC다이노스로 이적한 손아섭(36)의 빈자리가 적지 않아 올해도 상위권 진출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서튼 감독은 롯데 2군 감독으로 부임하던 지난해 허문회 감독 경질 이후 롯데 1군 감독으로 선임됐다. 롯데 팬들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향수가 남달랐다. ‘NO fear’(두려워 말라)를 외쳤던 롯데 초대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가 보여준 자유로운 야구의 추억 때문이었다. 로이스터는 2008~10년 3년간 롯데를 이끌며 롯데의 최전성기 시절 감독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롯데의 성적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올해는 ‘봄데’(봄에만 반짝 상위권)도 아닌가 보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 팬들 입에 오르내렸을까. 하지만 최근 9연승을 달성하며 롯데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롯데는 7위, 10위 7위, 8위, 8위를 기록하며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야구(포스트 시즌) 진출과도 거리가 먼 경기력은 롯데를 리그 최약체 팀 중 하나로 만들었다.
롯데 팬들의 유니폼에는 V3 마크가 붙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V3는 롯데의 세 번째 우승을 열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3번째 우승에 대한 팬들의 열망은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31년간 이어지고 있다.
회사원 신동철(6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1984년, 1992년 롯데 우승 시기를 함께했다”며 “물론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패색이 짙은 경기일지라도 끝까지 따라잡으려는 근성 야구를 원한다”고 했다.
신 씨는 이어 롯데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을 언급하며 “84년 롯데 우승 당시 최동원은 한국 시리즈에 등판해 혼자서 4승 1패를 했다”며 “한국 시리즈 직후 숟가락 들 힘도 없이 자기 몸을 혹사했다. 그만큼 우승하고픈 열망이 강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는 사직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두산과 2연전을 펼친 후 수원으로 이동해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을 펼친다. 상위권 승차가 많지 않아 치열한 순위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