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팬으로서 바라본 리메이크작은 아쉬움 남겨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대만 드라마 ‘想见你(보고싶어, 이하 상견니)’를 원작으로 둔 리메이크 작품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이른바 '한국판 상견니'라고 불리며 공개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원작인 대만 드라마 ‘상견니’가 개봉 이후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더불어 한국에서는 샹친놈(상견니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021년 한국의 제작사가 상견니의 판권을 구매했단 얘기만 듣고도 한국의 많은 샹친놈들이 환호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한 번에 누그러뜨리기라도 하는 듯 공개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바로 대만 원작 드라마를 본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차이이다. 전자의 경우는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많고 각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이 있다. 반면, 후자는 스토리가 너무 슬퍼서 벌써 두 번이나 봤다는 사람들도 보인다. 필자는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 전자의 입장에서 쓰도록 하겠다.
우선, 드라마의 러닝타임이 줄어든 것부터 문제였다. ‘상견니’가 한국에서 방영 당시 회차별 약 45분 분량으로 총 21부작 방영됐다. 하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는 약 1시간 분량으로 총 12부작이 반영됐는데 원작보다 다소 짧은 러닝타임이다. 이 부분에서 원작의 중요한 장면들이 다소 빠지게 돼 아쉽다. 그리고 시대별 스타일링과 배경도 문제다. 이 드라마에는 1998년, 2000년대, 2023년이 번갈아 가며 나오게 되는데 이 세 가지 시대의 배경이 비슷하게 느껴져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 중 가장 문제 되는 것은 1998년이다. 교복, 체육복, 학교 배경마저 2023년과 똑 닮아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레트로풍의 물건들과 레코드 샵이 아니라면 전혀 1998년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또한,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작의 일부 스토리가 각색이 덜 됐다. 한 마디로 원작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무려 원작의 작품을 봤음에도 말이다. 원작 ‘상견니’에서 천윈루와 왕취안성 각자의 스토리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천윈루는 소위 말하는 학교의 왕따로 그리고 왕취완성은 동성애자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이다. 이에 ‘상견니’는 드라마 속 천윈루와 왕취안성처럼 약자와 소외되는 이들을 차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하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원작의 왕취안성인 구연준의 스토리를 원작과 완벽히 바꿈으로써 원작의 메시지를 주는 것 보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이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느낀다.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원작과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려 대만과 한국이라는 나라 간의 문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줬던 메시지를 그대로 가지고 왔더라면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조금 더 흥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