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에 다양한 댄스 프로그램이 방영됨과 동시에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스우파 시즌 1이 방영되었던 2021년부터 꾸준한 ‘댄스 열풍’이 일고 있다.
케이팝에서는 춤이 음악과 더불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춤을 짧게 따라 하는 ‘챌린지’가 유행하며 챌린지의 흥행에 따라 해당 음원의 흥행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초등학생 아이들도 케이팝 반 수업을 듣고, 어른들도 취미로 댄스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다양한 축제에서는 축하공연으로 춤이 빠질 수 없고, 댄스동아리들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 유명세를 치르는 등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댄서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댄서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단순히 춤만 잘 추면 될 수 있는 걸까?‘, ‘댄서는 그냥 춤만 추는 사람인가?’ 이제는 이런 질문에 답해볼 때가 되었다.
티니 씨에게 춤이란
‘춤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 내가 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댄서 티니(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자신이 춤에 가지고 있는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춤과 함께 해왔다. 티니 씨는 “평생 춤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언제부터 내 직업을 댄서였을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안무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나의 안무를 만들고, 그 안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그때부터 당연하게 댄서, 댄스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댄서’가 된 이후에는 수업을 진행하고, 공연이나 대회 안무를 짜고 디랙팅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세계 최대 댄스 대회 HHI의 국내 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아이돌 ITZY의 icy 시안 안무에도 참여하는 등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트 장르의 댄스가 대중화되고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Mnet의 프로그램 ‘스트리트우먼파이터’가 방영되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이른바 ‘스우파’가 방영되기 전에는 춤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을 때, “어떻게 그걸로 돈 벌어 먹고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으며,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편견 어린 시선도 많이 받아왔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스트리트 댄스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댄서들이 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며 자연스레 댄서라는 직업을 리스펙트 해 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지금은 편견에 대해서 설명하고 다니지 않아도 이해해 주시니 참 편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댄서는 단순히 춤만 추는 사람, 그 이상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안무를 짜고, 맞추는 것이 댄서가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댄서 스스로 음원도 편집하고, 때로는 촬영과 편집도 맡아야 하고, 스스로를 브랜딩 해야 한다. 그녀는 “요즘은 인스타그램이 명함이고, 포트폴리오다”며 “우리가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되면, 수강생이 많아진다거나 협업 제안들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수익도 늘기도 하는 등 유명세를 치르면 이점이 많기는 하지만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되는 건 유효기간이 짧다”고 말하며 단순히 인플루언서만 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며 인플루언서가 된다면 본인 일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브랜딩해야하는 댄서들은 자연스레 SNS나 콘텐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댄서들은 콘텐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또 빠른 트렌드의 흐름을 잡아 스스로를 콘텐츠로 만들어 홍보한다. 그녀는 “사실 춤 콘텐츠는 이제 너무 많아서 약간의 ‘쇼킹 포인트’(일반적으로 춤을 추는 것 이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될 만한 강력한 포인트를 말하는 댄서들 간의 용어)가 있어야 한다”며 “효과적인 쇼캉 포인트는 반전”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냥 춤만 추면 유행되지 않았을 댄서 아이키의 변신 댄스(평범한 옷을 입고 춤을 추다 춤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멋있는 의상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편집한 춤 콘텐츠)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평범하게 춤을 추는 콘텐츠도 좋지만, 조금의 쇼핑 포인트를 더해 자신만의 개성을 넣은 콘텐츠가 유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즐겁고 행복하게 춤을 추지만 힘든 점도 분명
하지만, 댄서라는 직업이 미디어를 통해 먼저 대중화되었다 보니, 화려하고 멋있는 모습이 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댄서는 자신의 몸을 사용하는 일인 만큼, 건강과 관련해서 힘든 부분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수업들이 늦은 오후나 저녁에 진행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만들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며 “몸이 아파서 쉬고 싶어도, 직업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몸을 혹사시킬 때도 많고, 아예 일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며 직업적인 고충을 말했다. 또,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쉬고 싶지만, 노래를 들으면 자꾸 머리에서 동작이 생각나 마음 편히 쉬지 못할 때도 있다”며 그녀는 이런 것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칠 때보다 제 수업을 듣고 영감을 받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춤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값짐을 느끼고 행복하게 춤을 추게 된다”고 말했다.
댄서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는 댄서를 꿈꾸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춤추는 게 즐거워서 시작했을 텐데, 그 즐거움을 잃지 않고 성장해나가는 게 전부가 아닐까 한다”며 “춤은 평생 100% 완성시킬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즐겁다”고 말을 전했다. 또, “춤을 타고나게 잘 추고 안무도 척척 짤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모든 예술가가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능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그녀는 여기서 ‘훈련’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매일 연습하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며 “그래서 어떻게 즐겁게 연습하고 꾸준히 연습할지 그 방식과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