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ealth&Beauty(이하 H&B) 시장에서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에 이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세포라도 오는 5월 철수한다. 이로써 CJ의 올리브영이 독주체제로 국내 H&B 시장을 이끌 예정이다. 업계는 과연 올리브영의 독주를 막을 새로운 유통업체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국내 1·2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뷰티 매출 1위’에 올랐다. 화장품을 제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플랫폼 업체가 제조사 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 매출은 사상 최대로 전년 대비 약 40% 늘어난 3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점포 수 역시 1300여 개로 3년 만에 기업가치가 4배나 뛰었다.
올리브영의 매서운 성장세 덕분에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업체들은 자체 유통채널 없이도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올리브영 입점 중소기업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에 경쟁 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고 중단하며 생긴 올리브영의 단독 질주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의 (2024년 3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매장 수 기준으로 독과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녔기에 독과점 사업자로서의 프리미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독과점 여부에 대해 ‘심의종료’ 결정을 내려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문가는 독과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녔다고 평가했으나, 공정위의 처분에 따라 현재 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지위는 인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독과점이 위험한 이유에 대해 경쟁이 결여되어,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된다. 결국 경쟁이 없으니, 값은 계속 비싸지고 할인은 점점 없어지지만, 소비자에겐 이 기업 이외의 선택지가 없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많은 매장 보유가 강점인 다이소가 기초와 색조화장품 등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이소가 전국 15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소비자 확보가 가능하고, 최대 5000원이라는 균일가 정책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높은 화장품을 찾을 수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다이소가 화장품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유통채널로 인정받는 데는 VT ‘리들샷’의 품절 대란도 한몫했다.
다이소 이외에도 컬리와 쿠팡 그리고 알리 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가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컬리는 ‘뷰티컬리’로 새벽 배송 및 초저가 마케팅을, 쿠팡은 ‘로켓럭셔리’로 명품 화장품 로켓배송을,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주요 브랜드를 입점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화장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필자는 소비자 입장으로서 다이소, 컬리 등의 새로운 H&B 유통업체들의 시장규모가 커져 과거 랄라블라(구 왓슨스), 롭스, 부츠, 올리브영 사이에서 어디 할인이 더 큰지, 어떤 곳에서 더 좋은 구성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시기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많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서로 경쟁하며 상생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들의 도전장으로 올리브영의 독주체제를 막을 수 있을지, 또는 올리브영과 맞먹는 새로운 H&B 유통업체들이 탄생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