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멍비치'가 지난 8일 개장했다.
멍비치는 작년에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의 해수욕장에서만 운영했지만, 올해는 광진리 인근에 있는 지경리 해수욕장에 ‘멍비치’ 2호점을 냈다. 길이 150m 가량의 해변에서 운영되는 멍비치는 8월 20일까지 개장한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멍비치에 입장하려면 인터넷 카페에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강아지·견주에 대한 정보와 함께 찍은 사진은 필수다. 길을 잃은 강아지가 발견될 경우 사진을 통해 주인을 찾아주고, 멍비치를 방문한 사람들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지나가던 길에 반려견 해수욕장에 무작정 출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강아지라면 누구나 입장 가능하지만 아주 순한 대형견을 제외한 진돗개나 시바견 등의 대형견은 다른 강아지들이 들어오지 않는 오전 7시에서 9시까지,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개싸움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또, 수컷 개들은 중성화 수술이 돼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견주가 원치 않는 접촉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만든 규칙이다.
백사장에는 강아지들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그물이 쳐져있다. 바다에서도 강아지들은 대부분 주인 옆에서만 놀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만 이용하는 해수욕장으로 넘어갈 염려는 없다.
시민들이 가장 큰 걱정거리인 배설물 문제도 대비가 돼 있다. 견주가 반려견의 배설물을 챙겨 ‘응가’라고 써진 본부석에 들고 가면 강아지 간식 거리를 나눠준다. 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멍비치의 비법이다. 하루 두 번씩 백사장을 소독해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 멍비치에서는 해수욕 외에도 방갈로와 야영장, 카라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SNS나 카페를 통해 예약하고 기본적인 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국내 최초의 반려견 해수욕장에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리안 bomb****는 “바다 수심도 얕고 파도도 세지 않아서 놀기에 딱 좋았다”며 “넓지도 좁지도 않은 해변이지만 가족끼리 놀기엔 괜찮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네이버 이용자 gusn****는 “멍비치에 다녀왔는데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이용하는 해수욕장보다 더 깨끗했다”며 “담배 꽁초며 폭죽이며 쓰레기가 넘쳐나는 일반 해수욕장보다 관리가 잘 돼있었다”고 말했다.
애견인들도 멍비치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푸들을 키우고 있는 김재현(24,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산책을 자주 시켜줘도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게 안쓰러워서 넓은 공간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며 “멍비치가 개장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강아지를 데리고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말티즈와 함께 생활하는 서용식(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강원도의 멍비치가 보란 듯이 성공해 부산에도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멍비치 관계자 이종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지경리 이장은 “여름철에 자식 같은 반려견을 집에 혼자 두고 휴가를 떠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군청이나 정부에서 이곳을 애견 특구로 지정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