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지내는 동안, 삿포로가 도시 규모에 비해 번잡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적당’한 숫자였고, 건물들의 높이도 ‘적당’했다. 심지어 도로의 차량도 ‘적당’히 오갔다. 가게나 카페도 ‘적당’히 모여 있었고, 도심 곳곳도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 살기에 ‘적당’한 그런 모습이었다.
삿포로는 인구 19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로 일본에서는 5번째로 크다. 삿포로 광역권의 인구까지 합친다면 230만 명으로 북해도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프랑스 파리의 인구가 220만 명, 독일의 함부르크가 170만 명,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도 160만 명 규모의 도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계적으로 살기 좋기로 널리 알려진 도시들과 비슷한 인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인구 200만 명의 대도시 중 연간 6m 이상의 눈이 내리는 곳은 삿포로밖에 없다. 많은 눈이 내리지만, 삿포로는 눈을 이용한 다양한 축제와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곁들여 도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도심에 지하 도로와 지하 쇼핑센터, 기타 생활 기반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삿포로에 머무르는 동안 이동하고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과밀한 도시에서 벗어나 제주도에 머무르며 쉼과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듯이, 삿포로는 우리의 제주처럼 일본인들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도하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일본 전국의 도시 매력도 순위에서 1등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른 항공 구간으로 도쿄의 나리타 공항과 삿포로의 신치토세 공항 노선이 10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북경 - 상하이, 뉴욕 - 시카고 구간의 이용 승객보다도 많은 숫자다. 1년 간 삿포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300만 명인데 삿포로 시 인구의 6배에 달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저가 항공사들이 삿포로행 노선을 경쟁적으로 유치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삿포로를 방문하고 있다.
삿포로는 면적의 60% 이상을 숲이 차지하고 있어서 자연과의 접근성도 좋은 편인데, 도시 속에서 이처럼 울창한 자연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삿포로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로 꼽을만하다. 자연 환경이 좋다보니 아웃도어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자연스레 시민들의 스트레스도 다른 도시에 비해서 현격히 적은 편이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삿포로에선 어떤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해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홋카이도의 신선하고 청정한 식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는 일본 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디저트 문화 역시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오오도리 공원에서 사먹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에서마저도 맛의 품격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삿포로는 먹고, 놀고, 쉬기에 적당한 밸런스를 갖추고 누구나 살기에 ‘적당’한 도시다. 이처럼 그냥 내버려둬도 잘 나가는 삿포로는 왜 도시 브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