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론과 뉴라이트 역사관 옹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하지만 나라와 국가에 공헌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 역사관 등에 대해 "역사에 무지해 생긴 일"이라며 “뉴라이트란 말은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정치·이념적 활동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각종 논란과 관련한 자진 사퇴 압박을 사실상 뿌리친 것이다.
앞서 박 후보는 종교적인 문제부터 역사관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됐던 것은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옹호하는 한국창조과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했다는 것. 청와대는 이에 후보자의 종교는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과학계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뉴라이트 역사관도 문제가 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5년 2월 27일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문장을 포함시켰다. 현재 보수 정당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1948년이라 주장해 문재인 정부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박 후보가 썼던 칼럼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설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며, 당시 이승만 정부의 독재를 “불가피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는 크게 다른 대목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페이스북에 박 후보를 겨냥한 듯한 글을 남겼다. 정 교수는 페이스 북 글에서 창조 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며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닌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과학자로서, 창조 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매우 위험한 학자들이라 여긴다”고 밝혔다.
박 후보를 둘러싼 논란에 국민들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직장인 임재현(27) 씨는 “박 후보는 장관이 되기에 그릇이 너무 작은 것 같다”며 “역사 의식도 사회 의식도 없이 어떻게 나라 일을 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주부 김모 씨는 “변명도 대응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인사 수석은 무엇을 검증했던 건지 모르겠다. 박성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박 후보를 꽂은 라인을 알아야겠다”며 “인사 수석은 일 안하고 뭐 하길래 대통령에 부담을 주는 일을 계속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도 강해졌다. 앞서 언급한 논란 외에도 포항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프리미엄 액수를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 자녀가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기 때문. 여권은 박 후보자를 쉽게 두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요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문 정부의 인사책임론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잇따르고 있는 인사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또 "박성진 후보자에게 남은 길은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 단 두 가지뿐이다. 국정 운영에 또 다른 암초가 되기 전에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사퇴 거부는 비상식적 태도"라며 "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방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즉각적인 지명 철회 하나 뿐"이라고 문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현재까지 조용하다. 자유한국당은 그 동안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관련해 강력하게 비판해 왔지만 이번 사안은 박 후보자가 뉴라이트 인사로 비판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한국당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이념에 대한 논평을 낼 계획이 없다”며 “박 후보자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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