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좌석 등받이 놓고 승객 시비 빈발…"원위치해라" vs "내 권리"
규정상 등받이 눕히고 세울 권리는 '의자에 앉은' 앞승객에게, 뒷승객은 불편하면 앞에 양해 구해야 / 정인혜 기자
#1. 지난달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강모(30) 씨는 비행기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좌석을 젖히자 뒷자리 여성이 “매너가 없다”며 강 씨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했던 것. 기내식을 먹을 때나 이착륙 등 안전벨트를 매야 할 때 외에는 좌석을 젖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강 씨는 뒷자리 여성에게 이를 설명했지만, 뒷자리 여성의 볼멘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견디지 못한 강 씨는 승무원에게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강 씨는 “의자가 젖혀지는 곳까지 내 공간인데 그걸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며 “그런 몰상식한 사람은 두 번 다시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혀를 찼다.
#2. 유학생 한모(26) 씨도 캐나다발 한국행 비행기에서 10여 시간 내내 의자를 젖히고 가는 앞 승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
한 씨는 “그렇게 편하게 가고 싶으면 비즈니스나 퍼스트 석으로 가야지 왜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다 같은 돈 내고 타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뒷공간은 엄연히 뒷사람의 공간”이라고 못 박았다.
기내 등받이 사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소란은 좌석 사이 공간이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주로 발생한다. 등받이를 젖히는 것은 의자에 앉은 사람의 선택권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뒷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항공사에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업계 설명에 따르면, 등받이를 눕히고 세울 권리는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이착륙과 식사 시간에는 등받이를 똑바로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이착륙,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의자를 어디까지 젖혀도 ‘규정상’ 문제 삼는 항공사는 없다는 소리다.
승무원들은 매번 비행시마다 등받이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승객들을 한 번 이상은 만난다고 한다. 이런 항의가 들어오면 우선은 뒷좌석 승객에게 규정을 설명하고 이해하라고 권유한다. 그래도 앞좌석의 등받이 때문에 공간이 비좁아 힘이 들면 앞 좌석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한 승무원은 “등받이에 대한 권리는 의자에 앉은 앞 승객에게 있기 때문에 뒷승객이 항의해도 해결할 수는 없다”며 “뒷승객이 불편해 한다면 앞 좌석 사람이 등받이 젖힌 각도를 줄여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게 가장 좋은 모범 답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