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16시간 연속 근무하다 쓰러진 간호사에 "업무 조기 복귀" 지시
해당 간호사 "입원해 있는데 이럴 수 있나" 개탄...간호사들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하라" 요구 / 김예지 기자
역대 가장 긴 연휴였던 지난 추석 연휴 동안, 16시간 연속 근무를 하던 응급실 간호사가 과로로 쓰러졌는데도 병원 측이 조기 업무 복귀를 지시해 간호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의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지금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2년 차 응급실 간호사”라며 자신을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16시간 연속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실신했고, 집에 도착해 다시 쓰러져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
목요일에 쓰러진 A 씨에게 병원 측은 이튿날인 금요일 전화를 걸어 월요일부터 근무에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병원에서 나이트 근무를 서라고 하더라"라며 "(아픈 사람에게)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뇌전증(epilepsy, 속칭 간질) 진단을 위해 뇌파검사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기왕력(질병이나 외상 등 진찰을 받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병력)도 유전 이력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병원 응급실이 가장 붐비는 때는 추석 당일과 이튿날 연휴라고 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약 12만 8000명이었고, 이중 대부분의 환자가 명절 당일과 그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올해 추석 당일이었던 4일에는 전국적으로 문을 연 병원이 가장 적은 날이었다고. 5일에는 응급실과 당직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응급의료포털'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A 씨는 추석 다음 날인 5일 쓰러졌다.
A 씨는 "우리 병원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일 하는데도 간호사 처우 개선을 전혀 하지 않는 간호계를 비난하는 것"이라며 "어쨌든 나는 퇴사할 것"이라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A 씨는 현재 입원 중이다.
해당 글에는 “예전에 39도 넘게 열난 몸으로 일했던 것 생각난다”, “내가 아프면 나는 누가 간호해 주나”, “이게 응급실 간호사의 현실” 등 처지를 비관하는 간호사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한편, 추석 연휴 기간 동일 커뮤니티에는 “2017년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이 얼만지 아세요? 36만 원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작성자 B 씨는 "2011년에 입사한 저는 31만 2000원을 받았다”며 "시급 1490원짜리 노동자였지만, 다른 간호사가 첫 월급이 너무 이상하다고 문의하기까지는 그게 문제인지도 몰랐었다”고 개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10년 가까이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해온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 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교육 기간에도 정식 임금을 다 줘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은 3년 차 미만 간호사들에게만 임금을 소급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근무 연수가 3년이 넘은 B 씨는 당시 미지급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근로기준법이 뭔지도 잘 모르는 청년들에게 기업이 ‘실수’로 시급 1500원을 줘도, 걸렸을 때 3년 치만 소급해주면 되나 보다”라며 씁쓸해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후로도 "고려대학교 병원 첫 월급은 40만 원대", "한양대가 원탑이다. 발령받아서 첫 삼 주 동안 '무급'으로 근무했다", "전남에 있는 대학병원 첫 2주는 10만 원+식권 10장을 주더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대학 병원 간호사 조모 씨는 "문제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며 "'항상 그랬다'는 말로 불합리를 넘겼지만, 더는 안 된다. 이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간호계 문제의 전반적인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