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잔액 몰라 승객들 버스 탈 때 '찜찜'

2014-10-20     취재기자 신민근
“삐~ 잔액이 부족합니다.” 출근길, 버스의 교통 카드 단말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부산의 직장인 선선옥(46) 씨는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선 씨는 날마다 타는 버스에 오르면서 당연히 교통 카드에 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잔돈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는 버스 기사는 물론, 버스에 오르기 위해 그녀 뒤에서 기다리는 승객들로부터 불편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버스 기사와 일부 승객들로부터 불평을 듣자, 다소 기분이 나빴습니다. 내가 일부러 무임승차를 하려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런 난처한 상황은 부산의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나타난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은정(25) 씨는 교통카드에 잔액이 1300원 정도 있어 한 번은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교통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하차 후 나오는 역에서 카드를 다시 찍자, 단말기에서 소리를 내며 개찰구가 열리지 않았다. 구간이 바뀌면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지 않아서 당혹스러웠어요. 역무원이 당황해하는 저를 보고 바로 달려와 상황이 해결되었지만, 그때의 당혹감은 잊을 수 없어요”라며 그때의 경험을 말했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옥 씨와 은정 씨 같은 경험을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 그리고 전자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자기 카드의 잔액이 넉넉한지 확신하지 못해서 잠시 머뭇거리는 일을 겪게 된다. 이런 문제는 부산만이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정수(26)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에서 항상 잔돈을 준비해서 나온다. 교통카드에 잔액이 부족한 것을 버스 탈 때 알게되면 잔돈으로 현금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5000원 권 이상의 단위 큰 지폐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편의점에서 바꿔야합니다. 큰 돈 내면 버스 기사가 뭐라 하기 때문이죠”라고 했다. 대전에서도 같은 문제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전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서태성(25) 씨는 “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 사이에 요금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을 본 적 있어요. 아주머니의 카드에 잔액이 없었나봐요. 다행이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승객이 요금을 대신 지불해주어서 해결이 됐지만, 아주머니가 내릴 때까지 두 분은 언쟁을 벌이더군요. 등굣길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런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교통카드 충전 사전 알림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교통카드 충전 사전 알림 서비스’란 선불교통카드 잔액이 2500원보다 부족할 경우, 버스 하차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하면, 다음 승차시에 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음성 메세지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시민들이 교통카드에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서 잔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의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올 상반기까지 이 알림 서비스의 효과 분석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내에 전면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산시청의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부산시는 서울시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 재정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버스는 약 2500대 정도인데, 이 버스의 모든 단말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수10억 원의 돈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단말기 내부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일부 추가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각각 다른 수많은 교통 카드사들과 프로그램 변경에 대해 논의해야하고 또 각각 제휴를 맺어야 한다고 하니, 이 또한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시 관련 담당자는 서울도 아직 시범운행 중이고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섣부르게 도입한다면, 도입 후에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재정을 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불편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사전 알림제도 도입에는 공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실험 중인 이 서비스에 어떤 문제점들이 발견되는지 확인한 뒤 우리 시에도 적용할 방침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런 시청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박명현(27) 씨는 다른 지자체들보다 한발 뒤처지는 행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부산 시민들은 항상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다른 지역을 따라가지 말고 먼저 나설 수는 없냐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거주하는 박은선(25) 씨 또한 “시민들의 불편이 있다면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할 지자체가 항상 재정 문제를 운운하며 처리를 뒤로 미루는 것은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