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단속 피해 치고빠지는 스마트폰 상술

새벽녘 특가 상품 올렸다가 매진 후 즉각 내려.. ‘버스폰’ 별명

2013-10-20     취재기자 도근구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3) 씨는 한 달 전부터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싸게 파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거의 공짜로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친구의 말대로 한 인터넷 카페로 들어가 새벽 1시가 되기를 기다리니 거짓말 같이 96만원 짜리 스마트폰을 34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 씨가 즉시 구매 신청을 하고 구매를 끝내고 나자 잠시 후 그 글은 곧 사라졌다. 한정 판매 대수가 매진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런 도깨비 같은 방식으로 구매하는 핸드폰은 ‘버스폰’으로 불린다. 버스폰이란 핸드폰 구매가 누구나 쉽게 타고 또 쉽게 갈아 탈 수도 있는 버스를 닮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들이 비싼 핸드폰을 소비자들이 싸게 사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손해를 소비자들의 통신비를 인상하는 것으로 보완하는 판매 방식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핸드폰 가격을 보조금을 이용해서 싸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단속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사 대리점들은 당국 몰래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원하는 싼 핸드폰을 온라인 카페에서 새벽에 잠시 올렸다가 사람이 차면 순식간에 내리는 게릴라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단속하는 정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마치 ‘홍길동’처럼 새벽에 온라인 카페에 등장했다가 손님을 채우고 나면 바로 사라진다. 그야 말로 신출귀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것이다. 그 가격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상 가격의 1/3, 대리점 매장의 할인 가격의 반에도 못미친다.
김 씨 같은 젊은 층은 스마트폰 시장 정보를 서로 활발하게 교환하기 때문에 이런 버스폰을 찾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지만, 반짝 판매 루트를 모르는 중장년층들은 제값을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에 사는 도회경(49) 씨는 시내에 있는 일반 대리점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약 80만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며칠 뒤 대학생 친척으로부터 인터넷에서 20-30만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그게 정말이라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한 '버스폰'은 물론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과도한 보조금을 대리점들이 정부 몰래 지급하고 싸게 파는 것이다. 이들 대리점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늦은 새벽 1세에서 4시 사이에 기습 판매에 나서고 있다. 또한 그런 인터넷 카페는 회원제로 하는 곳이 많아 회원이 아니면 도깨비 같은 그 곳에 접속할 수 없어 단속이 어렵다.

이들은 새벽에 글을 올린 후 사전에 댓글이나 예약을 남겼던 이용자들에게 빠르게 문자나 채팅방을 통해 판매 정보를 알려 준다. 그리고 한정판매를 실시하여 소비자를 모은 후 빠르게 판매하고 바로 글을 삭제한다. 단속할 틈이 없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27만원 이상을 소비자들에게 통신사가 스마트폰 보조금으로 지급한다면, 이는 불법으로 간주되어 신고 대상이 된다. 방통위는 대형 통신사 세 곳을 과다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연초에 잠시 영업 정지시킨 적이 있지만, 과잉 보조금 현상은 이렇게 ‘지하’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집흥협회는 과도한 보조금 지급 사례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동전화 파파라치 신고포상제’를 시행했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스마트폰 대리점을 신고하면 이동통신 3사가 최대 100만원을 포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양모(24) 씨는 “스마트폰은 누구나 저렴하게 사려고 하는데 누가 신고하겠나. 이런 제도는 전혀 실효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