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를 닮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3등실 차창 밖으로 러시아 백야의 노을을 보다

시공간의 변화를 체감하는 러시아 여행(2) / 임소강 기자

2018-10-16     취재기자 임소강
숙식이 가능한 열차 내부는 가격에 따라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1등실은 침대 두 개가 있고 '룩스'라 부른다. 2등실은 네 개의 침대가 있고 '쿠페'라고 부르며, 3등실은 여섯 개의 침대가 있고 '쁠라즈까르따'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2등실을 많이 이용하며, 3등실은 러시아 군인이나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한국에서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영화 <설국열차>에 자주 비유하기도 하는데, 운행 의도와 목적은 확연히 다르지만, 내부의 특징은 어느 정도 <설국열차> 속 열차와 비슷하다. 실제로 횡단 열차의 모든 등급을 이용해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등급이 올라갈수록 자본주의가 피부로 확연히 느껴진다고 한다. 열차의 내부는 항상 20℃~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약간은 높은 온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실내는 건조한 편이다. 그리고 칸마다 항상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열차 탑승 전 컵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가지고 타는 것이 좋다. 기차 내부에도 매점이 있지만 일반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차장실에는 전자렌지도 있어 러시아어로 공손히 부탁하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이용한 3등실은 형식상 여섯 개의 침대가 있다고 언급할 뿐, 구역마다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60인실을 함께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같은 면적 대비 다른 등급의 객실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자기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침대 옆 작은 테이블을 네 명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해야 하며, 낮에는 2층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1층의 내 침대를 양보해야 한다. 공유는 서로의 배려와 이해가 전제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남을 배려하는 만큼 나도  남으로부터 친절을 받았기에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창문은 우리 주변 어느 건물, 어딜 가나 있지만, 우리가 하루 종일 창문 앞에 있어본 적은 없다. 그 귀한 경험을 횡단열차에서는 할 수 있다. 움직이는 열차 특성상 시시각각 창문 밖 경치도 바뀌는 게 지루할 틈이 없다. 러시아에는 8월에도 백야 현상이 지속되어 해가 늦게 지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동화처럼 느껴질 만큼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