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기자회견] '세 번째 살인'으로 다시 부산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후쿠야마 마사하루
이창동 감독에 '러브콜' 보낸 후쿠야마 마사하루, "기회 된다면 함께 영화 만들고 싶어" / 김예지 기자
19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홀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세 번째 살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주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참석했다.
<세 번째 살인>은 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로운 도전으로, 법정을 무대로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 물이다. 영화는 살인범 미스미와 그의 변호를 맡게 된 시게모리 두 남자의 대결을 보여준다. 일본의 연기파 배우 야쿠쇼 코지가 살인범 미스미 역을 맡고, <용의자 X의 헌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았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두 번째 참여”라며 “지난 번에는 온종일 일을 해서 부산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어제는 시간이 있어 부산의 여기저기를 가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오우삼 감독의 <맨헌트>에도 출연한 후쿠야마는 "어제 술을 먹으러 갔는데, 두 작품의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고 기념 촬영을 했다"며 "무척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두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묻자 후쿠야마는 "두 감독님을 보면, 영화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느낀 모든 것들이 영화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분 모두 현장의 라이브 감이 풍부하다"며 "현장에서 촬영하며 '여기를 어떤 식으로 찍고 싶다'고 유동적으로 말씀하셔서 연기하는 저 역시 설렌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오우삼 감독과의 만남을 언급했다. <맨헌트> 촬영 당시, 오사카에 있던 오우삼 감독을 보기 위해 촬영장에 간 그는 "당신 작품의 남성 캐릭터들은 참 매력 있다"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비법을 물었다. 이에 오우삼 감독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그 옆에 또 다른 매력적인 남자를 배치하라는 팁을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 3월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13대 교장에 위촉됐다. 그는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도쿄에 있는 제 사무실을 찾아와 AFA의 교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셔서 저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기존과 다른 장르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고레에다 감독은 “홈드라마를 많이 했던 것은 개인적인 생활 안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생겼던 10년간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시야를 넓혀, 제가 현재 일본 사회의 무엇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해봤을 때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점’을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냐는 물음에는 “관객분들이 좋은 의미의 ‘배신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답했다. “제가 ‘영화를 찍어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참고한 작품들은 서스펜서가 아닌 서부극이었다. 남자와 남자가 대치해서 상대의 마음을 살피며 누가 먼저 권총을 빼 드는가 하는 심리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후쿠야마는 이번 작품의 연기 비결을 "너무 채워가지 않고 여백을 갖고 현장에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가면 감독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준비해온 것과 실제 촬영 현장에서 직접 일어나는 일' 양쪽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의외로 현장에서 '이런 건가?' 하고 느끼는 게 있다. 대본에 직접 쓰여있지 않지만 상대 배우와 연기하며 캐릭터가 가진 배경이나 다른 인물과의 관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왜 범인인 ‘미스미’에게 시게모리가 휘둘리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실제로 촬영장에 가서 상대 배우인 야쿠쇼 코지와 연기를 해보니 알겠더라. 상대 배우의 말이나 표정 등을 통해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덕분에 치밀하게 계산한 연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사형 제도 반대의 뜻을 내포하냐는 물음에 고레에다 감독은 "살인이 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데, '왜 제목이 <세 번째 살인>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를 두고 '사형제도를 통한 사법부의 살인이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한 "개인적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그것을 호소하기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다.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 이해하지 못했는데 아는 척하는 것,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처럼 법정에서 심판 받지 않지만, 옳지 못한 부분을 영화의 중심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다소 어려운 질문도 주어졌다. 후쿠야마는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받았던 대답을 떠올렸다. 그분께서 "비록 연출된 것이라 하더라도 노래를 들은 사람이 진실이라고 느낀다면 그게 진짜야"라고 답했다며 "많은 사람이 믿음으로서 진실이 되는 것도 있고, 한 개인이 오랜 시간 믿으면서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 때 현역 변호사 7명에게 자문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한 변호사의 “법정이란 진실을 밝히는 장소가 아니죠”라는 중얼거림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법정에 있는 사람들은 사건 당시의 현장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다. 진실은 당사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즉 법정이란, 이해를 조정하는 장소"라며 변호사의 말을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진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진실이 어딘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혹은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진실을 알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가족의 부재'로 생기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메인 세 사람은 아버지와 딸 관계 안에 놓여 있는 인물들이고, 그게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망가져있다. 매번 의도하지 않지만, 무의식 안에서 그런 인물에게 끌린다. 만약 나 자신이 살인범에게 끌린다면, 작품을 보는 관객들 역시 그 인물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살인범에게 '연락하지 못하는 딸을 만들어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 후쿠야마는 "지난번 영화제에 왔을 때, 고레에다 감독님과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게장을 먹었다. 부끄럽지만, 그때는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본 적이 없었다. 이후 고레에다 감독께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창동 감독님의 <오아시스>와 <박하사탕>이라고 말했다. 저 역시 두 작품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꼭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 고레에다 감독님의 추천도 받고 함께 게장을 먹은 사이이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