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알혼섬, 신성한 정기가 서린 그 섬의 바이칼 호수에 발을 담그다

시공간의 변화를 체감하는 러시아 여행(5) / 취재기자 임소강

2018-10-19     취재기자 임소강
바이칼 호수 관광은 호수 가운데에 있는 알혼섬으로 들어가서 이뤄진다. 그 섬으로 가려면 선착장에서 배를 꼭 타야한다. 선착장에는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극 성수기에는 배를 타기 위해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주변에는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과 나무로 지어진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다. 선착장을 지나 배를 타고 15분 간 들어가면 알혼섬에 닿는다. ‘알혼’은 부랴트 어로 ‘햇볕이 잘 드는 땅’이란 뜻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지명에 걸맞게 날씨가 맑았다. 여행은 내가 보고 느끼기 나름이라지만, 역시나 하늘과 강은 햇빛과 함께하는 게 좋다.
알혼섬에 도착해서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후지르 마을. 후지르 마을은 알혼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섬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상점들 또한 밀집해 있었다. 우리 일행은 한국인 아저씨와 여기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에 도착해 알혼섬을 둘러볼 채비를 마쳤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지만, 알혼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바이칼 호수 관광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도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얼른 바이칼 호수가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에!” 뻔하디 뻔한 감탄사지만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했던 바이칼이 눈앞에 있어도 실감이 나질 않아 한참을 쳐다봤다. 손으로 강물을 떠 혀에 가져다 대어 보았다. 맹물 맛이 나는 게 진짜로 강이 맞구나 싶었다. 비록 강이라도 해풍이 불어오는 듯 해 크게 들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바이칼 호수는 신성한 기운이 가득해 이 곳에 손을 담그면 5년, 발을 담그면 10년, 몸을 담그면 30년이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물 셋의 중반에서 미취학 아동이 되길 바라는 욕심은 없지만, 기념으로 손과 발을 담그며 한참을 서서 바이칼을 몸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