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 스트레스로 우울증 앓는 청춘 급증
잇단 취업낙방 등으로 "죽고 싶다" ...정신과 환자 줄이어
2014-11-09 취재기자 구성경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박한 세상에서 지나친 경쟁과 잦은 취업실패 등으로 우울증이 생겨 정신과의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부산시 진구 범일동에 위치한 J병원, 대연동의 S병원, K병원 등의 정신건강의학과에는 하루에 2, 3명 씩의 20대 젊은 층이 찾아와 상담을 받고 있는데, J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은 신모(21) 씨는 얼마 전까지 생기발랄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재수를 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신 씨는 “매일 누군가가 나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것 같고 나 같은 것은 죽어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취업준비생 이모(28) 씨는 “지금까지 취업에 낙방한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집 밖으로도 나오지 못했는데 부모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학교 졸업반이라고 밝힌 김모(24) 씨는 “취업이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잠도 안 오고 가슴의 답답함까지 시작되었다”며 대학이 허용하는 졸업 유예 제도를 이용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 오는 우울증 환자들은 사람에 대한 에너지 상실을 호소하는데 학교나 직장에서 정상적인 업무에 장애를 느끼고 새로운 과제를 실행하는 동기를 갖지 못하는 등의 상실감에 빠지는데 이를 방치하게 되면 자살에 이르기까지 해 사회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J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모 원장은 “지금의 20대들이 가족과 학교, 사회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자라왔고, 그 결과 많은 젊은이들이 학업, 재산, 외모, 지위 등에서 비관적일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가지게 되었다”며 “이들은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과거에는 주부들의 산후우울증, 노년의 우울증,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장애(ADHD) 등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갈 20대의 우울증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우울증, 특히 젊은이들의 우울증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곪아 터지게 되면 나중에는 손쓸 수 없는 위험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가 사회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힘든 사람의 경우 각 학교에 마련된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 대연동에 한 대학교 상담센터의 경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의 2/3정도가 취업이나 학교 적응 등의 문제로 빚어진 우울증 때문이며 그중 10~15%는 중증 우울증으로 외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학교 상담센터 조교는 “과제를 이유로 찾는 학생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상담을 예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라고 말하며 “예약을 하더라도 워낙 많은 수의 학생이 대기 중이라서 월요일에 예약을 한다 하더라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 상담이 가능한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인지 몰랐다가 학교 상담 센터를 통해서 우울증을 찾아내는 경우도 존재하므로, 조금이라도 마음이 답답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지체하지 말고 상담센터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