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급식서 ‘고래회충’, 급식 관리 비상...일각선 “과잉 대응” 비판도
"일반 가정 식탁서도 자주 보이는 회충…가열하면 문제 없어" / 정인혜 기자
2017-10-21 취재기자 정인혜
고등학교 급식에서 고래회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래회충은 이름 그대로 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해양포유류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이다.
이 같은 소식은 해당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지난 16일 페이스북에는 해당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급식에서 고래회충이 나왔다”며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은 충격적이다. 흰색 실처럼 보이는 벌레들이 이날 반찬으로 나온 갈치조림에 얽혀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20일 해당 학교 측에 따르면, 학생들의 주장처럼 이는 고래회충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학생 및 교직원 등 총 1100여 명이 이날 급식을 먹었지만, 다행히 아직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다음날 바로 조사에 착수하고, 급식 납품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며 “고열에서 조리했기 때문에 건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날 것이 아닌 고온에 익힌 회충은 섭취해도 유해성이 없다는 말이다.
유해성 유무를 떠나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났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고래회충’이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한목소리로 학교 측을 성토했다.
한 네티즌은 “다른 것도 아니고 학생들 먹는 음식에는 제발 신경 좀 써달라”며 “남는 장사하는 거 다 아는데 왜 애들 밥으로 장난치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납품업체 가족들한테나 먹여라”, “도시락 싸다녀야 하나”, “지금은 문제 없다지만 나중에 아픈 학생들 나올까 걱정” 등의 댓글을 남겼다.
고래회충은 인간의 몸속에서 기생하기 어려워 생존을 위해 인간의 위장 벽을 파고든다. 이때 환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게 된다. 일부의 경우 위장벽을 완전히 관통해 복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살아있는 고래회충을 섭취한 경우다.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조리한 경우나 영하 20도 이하에서 24시간 동안 냉동 보관 후 섭취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영양사로 근무하는 강모 씨는 고래회충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 먹는 어패류에도 자주 보이는 일반적인 회충이라는 것.
강 씨는 “사실상 납품업체에서 아무리 신경 쓴다고 해도 회충을 일일이 걸러내는 건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조리해서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론에서 이렇게 지나치게 호들갑떠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울러 그는 “고래회충에 이렇게 전전긍긍할 정도면 회나 초밥은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큰 문제가 아닌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일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