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즐거움이 두 배, 퍼네이션(Funation) 기부

2013-11-11     취재기자 정혜민

퍼네이션(Funation)이 기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인 퍼네이션은 말 그대로 기부자가 재미있는 방법으로 나눔 활동을 하는 기부문화다.

‘비카인드’는 생일날 친구에게 선물을 받는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후원 페이지에 기부금을 받는 생일 모금 서비스다. 자선 모금 문화를 만들기 위해 비카인드를 창업했다는 김동준 씨는 미국, 영국과 같은 기부 선진국에서는 자선 모금 문화가 이미 정착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이 자선 모금을 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다며 “비카인드를 통해 자선 모금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카인드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카인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생년월일과 목표 금액, 그리고 모아진 기부금이 전달될 수혜 공익 프로젝트를 선택하면 개인 자선 모금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모금 페이지에 개인 SNS 주소를 연동하면 자신의 지인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다.

스무번 째 생일을 맞이한 최지연(20) 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매번 생일날 모여 생일선물을 주고받았는데 이번엔 선물대신 생일 모금 페이지에 모금을 해달라고 했다며 “좋은 일을 하니까 정말 어른이 된 느낌이다”라고 뿌듯해 했다. 기부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친구의 생일 모금 페이지를 선택하고 기부하기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된다.

김가영(가명.9) 양은 소아암으로 투병하다가 치료 종결 판정을 받았지만 재발의 우려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했다. 김가영 양의 어머니 하지희(38) 씨는 정기검진 비용이 수술비보다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수술비 때문에 걱정하던 중에 가영이가 속해 있는 한국소아암재단에서 하 씨에게 연락이 왔다. 비카인드는 협력 공익단체 중 하나인 한국소아암재단을 통해 가영 양의 소식을 접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이처럼 모금된 기부금은 대한사회복지회, 대한 암협회 등 공익단체로 바로 전달되어 소아암이나 루게릭병 환우의 치료비와 의료소모품비 등에 쓰인다. 비카인드 김동준 대표는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알게 하자'는 취지에서 개인 자선 모금 페이지를 통해 기부한 공익 프로젝트는 타인에게 모두 공개될 뿐만 아니라 공익단체에서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투명하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현재 비카인드에 만들어진 모금 페이지는 약 1000여개가 넘고, 모금된 총금액은 약 10억 원에 달한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퍼네이션 기부도 있다. 걷기만 해도 기부금이 모아지는 ‘빅워크’가 바로 그것이다. 걷기 전 빅워크 앱을 실행시킨 후 걷기만 하면 GPS가 걸은 걸음을 측정하여 10m당 1원씩 적립이 된다. 한 명이 걷는 천 걸음보다 천 명이 다함께 걷는 한 걸음이 소중하다는 뜻의 ‘빅워크’ 대표 한완희(31) 씨의 본래 직업은 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 활동을 하던 중 재눙 기부에 관심을 갖다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빅워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빅워크’를 통해 기부를 시작한 직장인 하승주(24) 씨는 우리에겐 걷는 것이 일상이지만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는 한 걸음이 간절하다며 “걷는 나에게는 건강 관리도 되고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1석 2조 기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금된 기부금은 걸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의족, 특수 휠체어, 수술비 등으로 후원된다. 지금까지 모바일 앱과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총 3억 원 정도의 기부금이 모여 초록어린이우산재단이 발굴한 아동 26명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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