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2% 부족한 부산 초량왜관 트레킹

엣 흔적 사라져 해설사 설명이 고작, "일반 도로 따라 걸어 위험"...시각 자료 확충 시급 / 박신 기자

2018-10-22     취재기자 박신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부산 초량왜관 역사 트레킹’은 좋은 취지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초량왜관에 대한 설명은 귀로 듣는 것이 전부다. 초량왜관의 주요 건물 대부분이 사라진 탓이다. 현재 트레킹 코스는 일반 도로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부산역 인근 상해문에서 출발하는 초량왜관 트레킹은 왜관 출입문인 설문(設門, 현 홍성방 자리)에서 출발한다. 마지막 코스인 동향사(東向寺, 왜관을 통과하는 외교 문서를 담당하는 승려가 머물렀던 사찰)까지 3시간가량의 코스로 총 27곳을 둘러본다. 최근 이 트레킹 코스를 본지 기자가 답사한 결과, 옛 초량왜관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광복 이후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초량왜관 흔적 대부분이 사라지고 현재는 과거 터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상가 건물이 들어서거나 다른 건물이 들어선 상태다. 트레킹에 참여한 대학생 김도훈(부산시 서구) 씨는 “초량왜관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무래도 초량왜관에 대해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초량왜관의 흔적을 따라가는 트레킹 코스도 일반적인 트레킹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초량왜관 트레킹 코스를 알려주는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다 보니 해설을 듣는 도중에도 차가 바로 옆을 지나가기 일쑤였다. 트레킹에 참여한 박정현(부산시 동래구) 씨는 “설명을 듣는 도중에 차가 왔다 갔다 하니까 불편했다”며 “좀 더 안전하고 초량왜관 트레킹 코스라는 걸 알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량왜관 장소 대부분이 형체가 없다 보니 해설사의 설명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트레킹 참여자가 많은 경우에는 참여자들이 세세한 해설 하나하나까지 듣기 어려웠다. 트레킹에 참여한 이은수(부산시 서구) 씨는 “오늘 트레킹 참여자들이 많다 보니 설명이 잘 안 들릴 때가 있었던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양덕연(부산시 동구) 씨는 “트레킹에 참여하는 인원수를 정해서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량왜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1876년 일본 전관 거류지로 폐쇄될 때까지 약 200년간 조선의 유일한 왜관으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왜관은 외교적 업무를 위해 온 일본 사신들과 무역을 위해 온 일본인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장소였다. 또한 교역의 장소로써 조선과 일본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곳이다. 부산초량왜관연구회의 최차호 초대회장은 조선 후기부터 존재했던 초량왜관이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를 수탈하는 기관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초량왜관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는 “초량왜관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탈한 공간이라 할 수 없다”며 “초량왜관은 조선이 일본에 베푸는 차원에서 설치된 것인데 한마디로 조선과 일본의 평화 유지를 위한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초량왜관 트레킹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관광자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관광통역사 부산영남지부 박은숙 회장은 “초량왜관 트레킹은 부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해설에 잘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보는 재미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초량왜관연구회의 최차호 초대회장은 초량왜관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초량왜관의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며 “앞으로 초량왜관 트레킹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