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맥주 호가든? 알고보니 국산이네"
6년전부터 광주시 공장서 생산.. 매대 진열은 수입맥주 코너에
2013-12-06 취재기자 조난희
수입맥주의 대명사인 '호가든.' 호가든 맥주는 1455년 벨기에의 한 지방에서 만들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맥주 중의 하나다. 한국 사람들이 수입맥주라고 알고 있는 호가든 맥주는 사실 2008년부터 오비(OB)맥주의 광주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학생 김예솔(23) 씨는 친구와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그녀는 평소 호사스럽게 즐겨마시던 외제 맥주인 호가든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호가든 맥주 캔의 뒤쪽에 적혀있는 원산지를 가리켰다. 김 씨는 원산지에 오비맥주라고 적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 씨의 친구는 오랫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라며 호가든 맥주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었다. 김 씨는 “호가든 맥주가 저의 입맛에 딱 맞아 좀 비싸도 수입맥주라서 당연하다고 여기며 사서 마셨는데 충격적이에요”라고 말하며 이제 사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호가든 맥주는 오비맥주가 벨기에 본사에서 라인센스를 받아 생산되는 국산맥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호가든 맥주의 겉모습은 제품 설명 부분만 제외하고 수입맥주의 모습처럼 온통 영어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수입맥주들과 함께 진열되어 있고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격표에는 벨기에 국기가 붙어있다. 국산 맥주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도록 감춰둔 탓에, 많은 사람들이 수입맥주로 알고 있다.
다른 수입맥주인 버드와이저 또한 미국 맥주로 유명하지만 호가든 맥주와 같은 제조사인 오비맥주에서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한마디로 무늬만 수입맥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수입맥주는 직접 수입해오기 때문에 맥주 가격에 수입관세가 붙어 비싸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호가든 맥주나 버드와이저는 수입관세가 없음에도 다른 수입맥주처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된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국산 맥주보다 수입 맥주를 더 맛있다고 하면서 선호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직장인 우종무(28) 씨는 수입맥주를 즐겨먹는다. 그는 “국산 맥주는 싱거워 강렬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요. 수입맥주는 확실히 국산보다 더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외에도 수입 브랜드의 이름만 걸고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국산제품이 또 있다. 바로 스타벅스 커피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서 시작된 미국의 커피전문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커피 한잔에 5000원에서 6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사람들은 브랜드 값으로 여기며 사먹는 경우가 많다. 인기를 실감하듯 편의점과 마트에 스타벅스의 로고와 문구가 박힌 스타벅스의 커피가 판매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가 국내 기업인 동서식품에서 제조된 국산제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경영학과 학생인 이지은(24) 씨는 사람들이 수입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가치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국산제품을 수입제품인 것마냥 교묘하게 속이는 현상이 지나치게 수입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그래도 국산인 외국 브랜드를 외국산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은 기업의 양심 문제다"라고 덧붙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