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돈이라고 함부로 버리면 벌 받습니다"

밟히고 버려지고.. '천덕구러기'된 10원짜리 동전의 절규

2014-12-12     취재기자 신혜화
"40~50대 어른들의 과거 어린 시절에는 귀한 대접을 받았어요. 과자도 살 수 있고 버스요금으로도 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길거리에 내가 떨어져있어도 아무도 주워주지 않아요. 오히려 밟고 지나가죠. 어린 학생들은 내가 쓸모 없다며 하수구에 버리기도 해요. 한 때 잘나갔던 내가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었어요. 나는 10원짜리 동전입니다."
길거리에 10원 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어도 사람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친다. 대형마트에서도 거스름돈으로 10원 짜리를 건네면 받지 않는 20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은 10원짜리 동전을 맨홀 구멍 사이로 버리기까지 한다. 사회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10원 짜리 동전은 천대받는 신세가 되었다.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미정(32) 씨는 얼마 전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복을 입은 10대 남학생들이 주머니에 든 10원짜리 동전을 자연스럽게 맨홀 구멍 사이로 버리고 있던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주위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10원짜리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다그쳤는데도 학생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요즘 돈 가치가 떨어졌고 학생들이 철이 없다지만 해도 너무 한 게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10대 청소년들에게 10원짜리 동전은 돈이 아니라 버려도 되는 하찮은 것으로 전락했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신모(19) 군은 "요즘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은 자판기에도 사용이 안되고 크기도 작고 가벼워서 돈 같지가 않다"며 "10원이 생겨도 물건을 살 땐 100원 단위라서 갖고있어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부산 서구에 사는 김모(18) 양은 "10원짜리 동전은 저금을 한다 해도 100개 모아야 1000원이고, 1000개 모아야 1만원이 되는데 언제 모을 수 있겠냐. 귀찮아서 그냥 쓰레기 버리듯 버린다"고 전했다. 10원짜리 동전의 가치를 낮게 보는 시선은 20대도 마찬가지다. 부산 남구에 사는 김지은(24) 씨는 자취를 해서 마트에 자주 가는데 10원짜리 동전을 거슬러주면 아예 받지 않는다. 김 씨는 "어렸을 적 공중전화를 이용할 때에는 10원짜리 동전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받아도 필요가 없으니 거절한다"고 답했다. 이런 영향으로 일부 마트에서는 계산 시 10원 단위는 버림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부산 사하구에 소재한 A마트 계산원 김향숙(47) 씨는 "10원짜리를 거슬러 받지 않는 고객도 많은데다 한국은행으로 오는 환수율이 적어 10원짜리가 귀하기 때문에 계산 시에 10원 단위는 에누리 처리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마트 가격책정 시 10원 단위 상품도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젊은세대들에게 10원짜리 동전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천대받는 신세가 되었지만 40-50세대에겐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상징이다. 부산 중구에 사는 김기춘(54) 씨는 "어린 시절 과자 사먹을 10원을 받기 위해 어머니께 떼를 쓰고 졸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귀하게 커서 돈의 가치를 잘 모르는데 10원짜리 동전도 귀중한 돈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