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범 부인 “남편에게 속았다, 억울하다” 쪽지 호소
"죽이고 싶다 했지, 살해 공모한 것 아니다" 항변....경찰, "정 씨 주장 신빙성 떨어진다" 일축 / 신예진 기자
경기도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피의자 김모(35) 씨의 아내 정모(32) 씨가 10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날 정 씨는 “자신도 남편에게 속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존속 살인 및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정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씨는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자필로 쓴 쪽지를 들어 보였다. 해당 쪽지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이 담겼다.
정 씨는 쪽지를 통해 자신이 사건에 가담한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고 취재진들에 호소했다. 쪽지에 따르면, “저는 제 딸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딸들을 납치하고 해한다는데 어느 부모가 화가 안 납니까”라며 “죽이고 싶다 했지, 죽이자고 계획한 게 아닙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씨는 이어 “저는 남편에게 3년 동안 속고 살았습니다”라며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는 재차 “억울합니다”라며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기자님, 변호사님.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간곡한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결과적으로 정 씨는 남편에게 모든 혐의를 미룬 셈.
정 씨의 쪽지에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억울한 사람이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했냐”며 “부창부수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실행만 남편이 했겠지”라며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억울하다는 코스프레는 그만하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끔찍한 부부 때문에 그들의 두 자식만 평생 부모 없이 살게 됐다”며 “생각해보니 자식 키우는 사람이 12세 된 시동생을 그렇게 만들었다니...”라고 말했다. 그는 “죗값은 확실히 받아라”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 정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100억 원대 유산을 물려받기로 돼 있었는데, 어머니가 이를 가로채려고 한다. 먼저 살해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할지 모른다'고 설득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김 씨에게 살해 방법을 제안한 사실이 최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김 씨는 범행 전 남편이 "흉기로 할까, 목을 조를까"라고 묻자 "수건에 약을 묻혀서 코를 막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지"라며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앞서 정 씨는 남편 김 씨가 지난달 21일 어머니 A(55) 씨, 이부(異父)동생 B(14) 군, 계부 C(57) 씨를 살해한 사건과 관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4일 구속됐다. 정 씨는 남편의 범행을 몰랐다고 진술하다가 최근 “사전에 범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에서 정 씨가 범행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까지 낸 사실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