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탐욕적인,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교회 세습...“쿼바디스? 한국 교회!”

/ 논설주간 강성보

2017-11-15     논설주간 강성보

조반니 디 로렌초 메디치는 이탈리아 피렌체 공국 메디치 가의 왕자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성직자 조기 교육을 받았다. 추기경이 된 것이 불과 13세. 지금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 나이에 피렌체 공국의 최고 종교 지도자가 된 것이다. 16세 때 인노첸시오 8세 교황 후임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참석, 메디치 가문의 총력 지원을 얻어 교황으로 피선될 뻔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한동안 유럽을 유랑하다가 37세 나이에 드디어 교황이 된다. 제217대 교황 레오10세(재위 1513년 3월~1521년 12월)다.

레오10세 교황은 옥좌에 오르자마자 동생 줄라아노에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교황직을 주셨으니 마음껏 즐기자”라고 말했다(당시 베네치아 대사의 전언). 실제 그는 마음껏 즐겼다. 표범과 어릿광대, 애완용 흰 코끼리 ‘안노(Hanno)’ 등 호화로운 일행을 대동하고 로마 시내를 행진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거금을 들여 세계적인 학자, 교육자, 시인, 화가, 음악가 등을 초빙해 화려한 연회와 극공연을 열었으며 심지어 사냥과 도박을 즐겼다. 성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 산타 마리아 인 도미니카 성당 등 호화로운 토목사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황청의 곳간은 마르지 않았다. 교황의 권위가 미치는 유럽 전역에서 면죄부를 팔아 수금된 돈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성직 장사도 서슴치 않았다. 레오 10세가 1년에 판 성직은 2000건에 달했으며 그 판매액은 금화 50만 매에 이르렀다. 레오 10세는 어느날 금은보화가 가득찬 자신의 방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측근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우리 재산을 불리는데 도움이 되긴 되는구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517년 10월3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전날, 독일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수사 신부 마르틴 루터는 비덴부르크 성당 정문에 이른바 ‘95개 논제’를 내걸었다. 당시 독일에는 레오 10세의 명을 받아 도미니크회 수사 대사령 선교담당자 요한 테젤이 면죄부 대량 세일에 나서고 있었다. 그는 독일 전역을 돌면서 “금화가 헌금궤에 떨어지며 땡그랑 소리를 내는 순간 영혼은 연옥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올라가리라”며 교인들에게 헌금을 독촉하고 다녔다. 루터는 ‘95개 논제’에서 이 같은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장사를 정면 비판하고 구원은 헌금이 아니라 오직 성경과 믿음, 은혜를 통해 이뤄진다고 주창하고 나섰다. 바로 기독교의 판도와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종교개혁의 횃불을 올린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500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의 모든 기독교계는 이 루터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기고 하나님에 대한 경건한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분주하다. 종교개혁 500년 기념 사업이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때아닌 대형 교회 세습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등록신도 10만 명, 재정 규모 1000억 원대의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이 아버지 김삼환 목사에서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넘어가면서 교계 안팎에서 아수라장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해방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몇 년전 센서스 결과, 국민 셋 중 한 명은 기독교인으로 응답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서울  등 인구 밀집지역의 경우 고층 아파트 위에서 내려다보면 단층 집 지붕 위 십자가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교인 10만 명 이상 초대형 교회도 수두룩하다. 교세 순위로 세계 1등과 3등이 한국에 있다는 통계는 우리 교회가 외형적으로 얼마나 비대해졌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와 목사에 대한 신뢰도는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4명 중 한 명 정도가 목회자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를 불신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교세 확장에만 치중하고 헌금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교회 세습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교인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계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교회법도 2013년 세습을 금지했다. 그러나 각 대형 교회들은 이 금지 조항을 피해 여러 가지 편법을 통해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준다. 지난 13년 2월 서울 송파구 임마누엘 교회는 담임 김국도 목사 후임에 계열 교회 목사를 임명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담임목사 자리는 김 목사의 아들로 바뀌었다.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이다. 세습 방지법을 피하려고 9개월 짜리 임시직을 내세웠던 것이다. 임마누엘 교회 측은 “연이어 나온 것이 아니니 괜찮다. 룰만 지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편법을 동원한 세습은 이 뿐 아니다. 본 교회가 세운 분점 교회에 교인들을 몰아주고 아들이나 사위를 담임으로 내세우는 ‘프랜차이즈 세습’, 두 교회 목사가 서로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교차 세습’, 교회를 제3자에게 넘긴 뒤 아들 목사가 다시 사오는 ‘쿠션 세습’도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최근까지 세습을 완료한 교회가 모두 137곳이며 그중 106곳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 세습을 완료한 목사들은 대부분 목회에서 교인들에게 북한의 정권 세습, 재벌의 재산 세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래놓고 자신들은 이런저런 꼼수를 써가며 자식들에게 교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11장 15절)과 누가복음(19장 45절), 요한일서(2장 13절)에는 예수가 성전 공간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결탁한 장사꾼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크게 꾸짖으며 이들을 내 쫓는 장면이 나온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도다” 만일 지금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임하신다면 탐욕이 바다처럼 넘실거리는 한국 교회에 대해 바로 이 말씀을 다시 반복할지도 모를 일이다.

루터가 500년 전 들어올렸던 교회 개혁의 횃불, 지금 이 땅에서 다시 들어올려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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